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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91호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7 :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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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7 (마지막 회)


시온이네가 아빠의 학위취득과정과 졸업식 잘 마치고 6월 말 귀국합니다바쁜 학업과정 속에서도 섬기는 마음으로 매번 진솔하고 따뜻한 글 보내주신 시온이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See You Again in Seoul' 

 

최수헌 형제

 

1.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는 삶


저는 마지막 학기에 미국 로스쿨 LL.M. 학위 과정 중국제중재 및 분쟁해결 인증서를 추가로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중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5과목을 새로 수강하면서 부족한 공부를 위해 잠을 줄여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만끽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영어가 부족한 저에게는 특히 Negotiation 과목을 수강하는 것에 가장 큰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수업시간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릴레이 협상 토론을 하여야 하고 협상전략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교수님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마치 하루하루를 변호사시험을 보는 마음으로 임하였습니다. 첫 협상 때, 가정의 상황을 설정하고 세 명의 의뢰인을 위해 세 명의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과정이었는데, 저는 로스쿨 친구들하고 얼굴 붉히는 것 없이 잘 지내고 싶었고, 실제 사항이 아닌 가정적인 협상이었기 때문에 상대방 변호사의 제안에 대해 너무도 쉽게 합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전체 팀 중에 가장 좋지 못한 결론을 취득하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 의뢰인이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정적인 상황이었지만, 제가 쉽게 합의한 3% 금액은 저의 4년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금액이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던 제 의뢰인은 무능한 저를 만나서 더욱더 큰 고통을 맞게 된 것이었습니다. 10여 년 전에 로스쿨 재학 당시 아내가 저에게, “오빠가 변호사시험을 최종 합격하지 못하게 되어도 정말 괜찮은데, 만약에 3년 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실력을 갖추지 못한 변호사가 된다면 오빠가 만나게 될 의뢰인은 오히려 정말 불행할 거야! 정말 크리스쳔 법률가로서 믿음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위한 실력도 갖출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으면 좋겠어라고 했던 말이 또다시 떠올랐습니다. 내가 의뢰인이었다면 나같이 쉽게 협상에 합의한 변호사를 만났다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정말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서 반성이 되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태복음 25>에 나오는 어느 주인이 세 명의 종들에게 각각 한 달란트,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를 각각 맡긴 비유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한 달란트 받은 그 종처럼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결국 게으르고 나태하여 꾸중을 받을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는 정말 주님이 맡겨주신 사명이라 생각하고 사전 자료준비도 철저히 하고, 제 가상의 의뢰인을 위한 싸움닭이 되어서 협상 종료시각 10초 전까지 여러 가지 협상전략을 구사하며 정말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였습니다. 수업시간의 나머지 모든 협상에 젠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오히려 동기들과 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친밀해질 수 있었고, 은혜 가운데 그 과목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학기 국제중재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제가 한국에 돌아가서 변호사로서의 법률업무를 다시 맡게 되었을 때 모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여서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2배로 만든 종들처럼 선한 청지기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법률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2. 기도하는 장막

 

로스쿨에서 토론식 수업을 듣고 나면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집에 돌아올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페어팩스와 로스쿨까지는 차로 50분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할 때도 많았는데, 하루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마침 휴대폰 배터리도 떨어져서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중국의 루나데이 행사로 제가 타는 버스노선만 일부 노선을 변경해서 운행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 정말 한국이 그립고 얼른 돌아가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이동할 때 항상 구글맵을 이용해서 다녔었는데, 변경된 노선의 정류장까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정말 난감하였습니다.


마음이 한층 더 너덜너덜해져서 한참을 길을 헤매다가 워싱턴 모뉴먼트와 국회의사당 사이에 위치한 National Mall 중간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찬양이 들려왔습니다. 그 찬양을 따라 가까이 가보니 하얀색 큰 텐트에 “David’s Tent”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365일 내내 찬양 인도자들이 릴레이로 찬양을 하며 기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곳이었습니다. 미국의 수도 DC의 가장 중심에서 주님을 찬양하는 샘물 같은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찼는지 모릅니다. 저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시냇물을 만난 사슴처럼 그 장막에 들어가서 눈물로 기도하며 얼마나 큰 마음의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저를 향한 비전과 이곳에 보내신 분명한 계획이 있으시다는 소망을 주셨습니다. 집까지 수없이 걷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평소보다 2시간이 더 걸렸지만, 그래도 다윗의 장막에서의 잠시 동안의 찬양과 기도로 정말 제 마음은 온전히 회복되었고 오히려 기쁨으로 찬양하고 감사하며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저를 아내와 시온이가 꼬옥 안아주는데, 평소보다 그 품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3.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CLF 클립에 소식을 나누면서 많은 분들이 안부 연락을 주셨고, 함께 교제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감사했던 일 중 하나는 클립 소식지를 통해 올해 1월에 지난 18여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 후배가 카톡으로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CLF의 다른 변호사님을 통해 제가 미국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진심 어린 따뜻한 말에 가족들과 다같이 뉴저지로 여행을 가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18년 전 저는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였고, 그 후배는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오게 되어서 서로 연락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후배는 미국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고 든든하고 멋진 믿음의 남편을 만나서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후배네 집에서 1박을 하면서 서로 살아온 과정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후배는 저에게 특별히 고마웠던 것이 있다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20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제가 밥을 몇 번 사주고 나서 갑자기 난 우리 조상이 원숭이라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넌 이해할 수 있니? 분명 세상을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셔!”라면서 복음을 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 말이 마음속에 계속 생각이 났고, 이후 좋은 분들을 통해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면서 정말 고마운 마음에 저를 집에 꼭 초대하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기억력이 잘 안 좋아서 20년 전 일이 구체적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제 친구들과 선, 후배들에게 예수님 사랑을 간절히 전하면 저를 조금씩 멀리하는 느낌이 들었고, 같이 교회를 가겠다거나 예수님을 믿고 싶다는 회신이 없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열매가 없어 낙심이 될 때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간절한 마음으로 전했던 복음의 씨앗이 그 후배의 마음에 심겨졌고,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너무나 아름답게 열매를 맺고 있음에 얼마나 주님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 후배를 통해 다시 한번 주님께서는 제가 주변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정말 기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얼마 전 마지막 기말시험을 마치고 이제 학위수여식만 남은 상황에서 로스쿨 친구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전하고자 열심히 약속을 잡아 만났습니다. 제 로스쿨 친구들도 저처럼 졸업 후에 곧 모국으로 돌아가 법률가로서 살아갈 텐데, 지금 제가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그 친구들은 다시는 복음을 접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로스쿨 동기들에게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과 워싱턴중앙장로교회에서 만든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전도지 카드를 함께 주면서 간절히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20년 전처럼 원숭이(?)’ 이야기를 너무 강하게 전하지는 않았고,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안아주시고 힘을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따뜻하게 전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인 친구들에게는 영어와 중국어 성경책을 선물해주면서 이 성경책은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고, 나의 삶을 온전히 변화시켰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중 한 중국 친구는 작년 말 논문수업 준비를 같이하면서 저에게 수헌아! 너는 항상 웃고 다니며 밝은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 있니?”라고 질문을 먼저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대답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네가 알면 좋겠다고 짧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나서 같이 차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 네가 나에게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할 때 사실 우리 딸이 너무 많이 아파서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였어. 하지만 그때 내가 너에게 말했던 것처럼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되면 그 사랑이 너무나 커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 너도 그 예수님의 사랑을 꼭 깨달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면서 중국어로 써진 전도지와 선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친구들 한명 한명 정말 고마워하며 꼭 읽어보겠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제 친구들이 모국에 돌아가서도 믿음의 좋은 친구들을 통해 좋은 교회를 만나고, 주님의 은혜로 복음의 씨앗이 그 마음 밭에 잘 발아되어 아름답게 열매 맺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4.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선물


지난 2년여 동안 정말 감사한 일이 많았는데, 가장 감사한 일은 미국에 올 때는 저와 아내 그리고 시온이 이렇게 세 명이었는데, 이번 6월 말에 한국에 돌아갈 때는 곧 9월에 태어날 소망(태명)”이까지 네 명이 함께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우리 시온이가 여동생을 갖고 싶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었는데, 하나님이 그 기도에 응답해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2018년도에 둘째 아이가 임신 6개월이 되었을 때 하늘나라에 간 아픔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그 이후에 다시 아이를 갖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어려웠습니다. 늘 기도제목으로 적어 놓았지만 막상 그때 생각이 나면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통해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를 주신 그 한없는 사랑을 묵상하게 하셨고, 그 이후로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5년이 지난 후에 하나님이 주신 아이여서 태명을 소망이라고 지었습니다.


아내가 입덧으로 너무나 힘들어해서 옆에서 내가 대신 입덧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 번씩 생각하며 아내가 안쓰러웠습니다. 제가 라면 이외에는 요리를 잘할 줄 몰라서, 근처 식당에서 평소 아내가 좋아하던 음식을 포장해오거나 미국 마트에서 파는 온갖 냉동식품을 사서 아침, 점심, 저녁마다 해동해서 갖다주었는데 전혀 먹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를 하며 힘들어했습니다(아내는 이렇게 다양한 냉동식품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놀라워 했습니다). 하루는 마트에서 파는 냉면에 삶은 달걀과 오이를 올려서 나름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주었는데, 아내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점점 더 단단한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매일 구토를 하고,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너무 아파도 혹시라도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봐 약도 먹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이 정말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임신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시온이가 열이 나고 아플 때면, 옆에서 밤을 새며 간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한층 더 대단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우리 시온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뱃속에 있는 동생 소망이와 대화를 나누며 얼른 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온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한 명 태어날 생각을 하면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찬양이 절로 나옵니다. 곧 출산을 앞두고 6월 말에 15시간 장거리 비행으로 한국에 같이 복귀할 예정이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아내와 소망이를 위해 같이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이지만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이야기를 통해 멀리서도 같이 소식 나누며 함께 교제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지면이 아닌, 대면을 통해 교제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말 마음 다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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