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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97호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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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F 클립(CLeaF) 97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 이 글은 장기려 박사님(1911년 평안북도 용천 출생.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평양도립병원에서 무의촌 의료활동을 하며 가난한 병자들을 돌보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으로 피난 온 이후에는 복음병원을 세워 전쟁 피난민과 가난한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었다. 국내 최초로 대량 간 절제 수술을 성공한 뛰어난 외과 의사일 뿐만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와 관련해 깊이 있는 글을 수없이 남긴 사상가였으며 청십자의료보험조합과 장미회를 설립해 사회적 약자를 제도적으로 돕는 데 앞장섰다. 1995년 성탄절 새벽에 소천)이 자신이 21년간 간행한 부산모임197510월호에 게재한 것이고 장기려 전집 제1경건한 삶으로 되살린 성경 이야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때나 그 후로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나 그리스도인에게 뜨거운 감자인 맘몬 숭배 문제를 다루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맘몬과 타협한 것은 아닌지 반성과 회개를 촉구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건물과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유지비가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수입을 올려야만 했고, 수입을 올리기 위하여 병원은 기업적이 되고, 그래서 큰 건물과 시설을 갖추도록 힘쓰게 되었다는 맘몬적 악순환의 알고리즘은 곱씹어 볼 만합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6:24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에서 그대로 잘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복음병원이 겉모양은 보기 훌륭하게 위용을 갖추기는 했으나, 속 살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된 데서 위의 제목이 머리에 떠올랐다.

복음병원은 전재민(戰災民)과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하여 출발하였다. 19517월 천막 셋과 직원 7명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건평 약 2,111평의 4층 건물과 직원 210명의 큰 병원이 되었다.

겉모양을 볼 때는 근사하게 되었지만, 나는 현실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 그것은 처음에 충만하였던 긍휼히 여기는 자비심이 벌써 사라지고 자기중심주의로 되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는 까닭이며, 또 하나는 건물과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유지비가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수입을 올려야만 했고, 수입을 올리기 위하여 병원은 기업적이 되고, 그래서 큰 건물과 시설을 갖추도록 힘쓰게 되었다. 그래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환자들을 끌 수 있는 병원의 모양은 하고 있으나, 실속은 수입을 위주로 하는 병원과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슬퍼하며, 염려하는 바이다.

존 밀턴의 실락원을 읽어보면, 맘몬은 고층건물을 잘 짓고, 물질세계의 발전을 잘 일으키는 재능이 있는 마귀로 묘사되어 있다. 이것을 읽은 뒤부터 고층건물을 보면 맘몬의 힘을 연상하게 된다. 하늘을 찌를듯한 고딕의 예배당에서도 나는 하나님의 영광이 느껴지지 않고, 사람의 예술품은 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맘몬의 재주인듯한 느낌이 든다.

또 우리는 이 세상에서 권세와 지위와 명예, 그리고 사업의 번영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축하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하여 살던 사람들에게 내려 주시는 선물이었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맘몬과 타협해서 산 결과로 된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

하나님의 공의는 짓밟히고, 하나님의 긍휼은 파묻히게 된다. 이 세상의 지위와 명예, 권세와 능력, 부귀와 영화는 자기중심주의의 사람들의 분깃처럼 보인다. 뜬구름과 같은 이것들에 도취되어 사니, 맘몬의 종이 되지 않고서야 어찌 자기의 인격을 그런 것들에게 넘겨줄 수 있으리요. 나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믿는다고 하는 이들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하여 하는 말이다.

사업확장은 과연 하나님의 축복일까? 맘몬의 장난일까? 우리는 자기의 신앙생활을 반성해야 한다. 나는 우리 복음병원의 발전과 한국 기독교의 외모를 보고서 나 스스로 반성해 본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맘몬과 타협한 것이 아닌가 하여 회개하는 바이다.

나도 한국의 기독교는 자본주의 기독교라고 해서 혹독히 비평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맘몬과 타협하고 보조를 같이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고 회개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하나님은 치시고 회개케 하셨다. 우리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이여, 우리는 과연 어디에 속해 있는 자인가? 하나님에게냐? 맘몬에게냐?

 

 

- 장기려,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부산모임197510월호, 경건한 삶으로 되살린 성경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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