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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98호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5년, 다시 헌재 결정을 돌아보며

 

CLF 클립(CLeaF) 98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5, 다시 헌재 결정을 돌아보며

 

* 오늘 목요정오중보기도회 때(2024. 8. 1.) 기도를 인도한 박한결 형제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5년이 넘도록 대체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입법공백으로 인하여 여성과 태아가 법의 보호 없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데, 낙태죄 대체입법 문제는 CLF에 책임이 있는 법률영역의 중요한 문제이므로,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구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중보기도 하자는 기도제목을 내서 그 기도제목으로 같이 기도하였습니다. 이에 낙태죄 대체입법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뜻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에 외대 종교와 법 센터 블로그에 올렸던 글(헌재 결정문을 요약하고 간단한 코멘트를 한)을 좀 길지만 다시 클립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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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2019. 4. 11. 재판관 4(헌법불합치) : 3(단순위헌): 2(합헌) 의견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1(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0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 조항)이 모두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고,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만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2017헌바127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법재판소는 2012년에는 재판관 4(합헌} 4(위헌) 의견으로 자기낙태죄 조항과 조산사 등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0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2010헌마402 결정)을 한 바 있는데, 7년 만에 그 태도를 바꿔 선례를 변경한 것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건 개요

 

-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모두 69회에 걸쳐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업무상 승낙낙태)로 기소되었다.

- 1심 재판 계속 중 청구인은 형법 2691, 270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하였다.

 

2. 헌법불합치 의견(재판관 4: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 자기낙태죄 조항 판단

 

(1) 제한되는 기본권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 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을 제한하고 있다.

 

(2)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고,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 조치를 취할 때 인간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으며,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들을 고려하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현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마지막 생리 기간의 첫날부터 기산하여 22(이하 임신 22라 한다) 내외부터}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

- 임신한 여성의 안위는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낙태 갈등 상황에서 형벌의 위하가 임신한 여성의 임신 종결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정과 실제로 형사처벌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 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모든 낙태가 전면적·일률적으로 범죄행위로 규율되므로 낙태에 관한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낙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없다. 낙태 수술 과정에서 의료 사고나 후유증 등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려우며, 비싼 수술비를 감당하여야 하므로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다. 또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 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 모자보건법의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

-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 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 그 외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한다.

-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 의사낙태죄 조항 판단

 

자기낙태죄 조항과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 소결

 

-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 입법자는 위 조항들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할 때,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 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앞서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

-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입법자는 늦어도 2020. 12. 31.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3. 단순위헌 의견(재판관 3: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헌법불합치 의견이 지적하는 기간과 상황의 낙태까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 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다만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이하 심판대상 조항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 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 임신 제1삼분기에서의 자기결정권 보장

 

(1)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방식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가 불가피한 사람의 지위를 부여하여 법적 책임을 면제할 뿐,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지도 보장하지도 않는 것으로서 사실상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려면,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원칙적으로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

 

(2)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제한

 

() 태아의 생명 보호를 의한 제한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 조치를 취할 때 인간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 보호 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는데,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현재 의료계에 따르면 약 임신 22주 내외)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국가는 이 시기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

 

() 여성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한 제한

 

- 임신 제1삼분기에 적절하게 수행된 비의료적 이유에 의한 낙태는 만삭 분만보다도 안전하고, 낙태로 인한 모성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는 임신 8주 이후 각각 2주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른바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임신 제1삼분기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낙태가 시행되고,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낙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제공될 필요도 있다.

- 반면, 임신 제1삼분기를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지는 낙태는 그 이전에 비하여 수술 방법이 더 복잡해지고, 수술 과정에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임신한 여성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크게 증가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태아의 생명 보호 및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더욱 고려될 수 있다.

 

()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기간 부여의 한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 기간 중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그 기간은 숙고와 결정에 필요한 만큼 보장되어야 하는 한편, 그 숙고와 결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일정한 한계가 지워져야 한다.

 

(3) 심판대상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 자기낙태죄 조항은 그동안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실제 가동 여부가 좌우되거나, 상대 남성 또는 주변인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였으며, 임신한 여성으로 하여금 임신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사회적 논의나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임신의 종결을 결정하여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도록 만들기도 하였으므로,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방법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히 기여해 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이 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하고, 음성적인 낙태를 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돌봄 등도 제공받기 어렵게 하며, 낙태의 비용도 증가시킨다. 또한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의료인들도 그 수련과정에서 낙태 수술법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의료사고나 후유증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킨다. 이처럼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방식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한 것으로서,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다.

- 임신한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의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와 특정한 사유에 따른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의 문제가 결합하는 경우, 낙태의 문제는 다시금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는가의 문제로 수렴한다. 임신한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에도 국가가 낙태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줄 뿐이라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그러므로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하여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삼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의 의미, 과정, 결과 및 그 위험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그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공익을 달성할 수 있다.

- 이상과 같은 이유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고, 자기낙태죄 조항을 전제로 한 의사낙태죄 조항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 임신 제1삼분기의 낙태마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받는 사익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달성하는 공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 심판대상 조항들은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지는 안전한 낙태에 대하여조차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 단순위헌 결정의 당위성

 

- 자유권을 제한하는 법률에 대하여, 기본권의 제한 그 자체는 합헌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기 때문에 위헌인 경우에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야 한다면, 법률이 위헌인 경우에는 무효로 선언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그에 기초한 결정 형식으로서 위헌 결정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 그동안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 조항들이 예방하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형벌 조항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언하여 심판대상 조항들에 따른 기소를 일단 가능하게 한 뒤, 사후입법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도록 한 입법자의 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그 규율의 공백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가혹하다.

- 심판대상 조항들 중 적어도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진 낙태에 대하여 처벌하는 부분은 그 위헌성이 명확하여 처벌의 범위가 불확실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지는 낙태의 처벌 여부에 대하여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인정될 여지도 없다.

-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 조항들에 대하여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4. 합헌 의견(재판관 2: 조용호, 이종석)

 

. 자기낙태죄 조항 판단

 

(1) 인간의 존엄과 태아의 생명, 그리고 국가의 보호의무

 

-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인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의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므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낙태할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 다만 아래에서는 선례 및 다수의견과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즉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판단한다.

-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과제를 이행하기 위하여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는 임신한 여성의 태아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 위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방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형사처벌과 침해의 최소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로서 매우 중대하고,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형벌을 통하여 낙태를 강하게 금지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낙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할 경우 현재보다 낙태가 증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덜 침해하면서 태아의 생명을 동등하게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

 

(3) 법익의 균형성

 

-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도 절실한 공익이다. 생명권은 그 특성상 그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 이와 같은 태아의 생명 보호의 중요성과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가능한 한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면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모자보건법을 통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하여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더 중시한 입법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시기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지하고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다수 국민들의 의견이 도출된 다음 민주적 대의기관인 입법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며, 임신 중의 특정한 기간 동안에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태아가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로서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 다수의견이 설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여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헌법 전문(前文)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위와 같은 헌법 정신에도 맞는다.

- 모자보건법은 다섯 가지의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 의사와 임신한 여성을 처벌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자기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 이처럼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4) 입법자의 성찰과 모성보호의 필요성

 

- 입법자는 낙태와 같이 극도로 논쟁적이고 인간 존엄의 본질에 관한 탐색을 요하는 문제에 관한 규율을 할 때는 적극적이고 진지한 성찰을 하여야 한다. 정치과정의 회피와 사법심사로의 도피가 만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외에, 미혼부(未婚父) 등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의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여성이 부담 없이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모성보호정책, 임신한 부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아시설의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하여야 한다.

 

(5) 결론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2. 8. 23. 자기낙태죄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때부터 7년이 채 경과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바꿀 만큼의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의사낙태죄 조항 판단

 

- 의사낙태죄 조항은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 낙태는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므로, 입법자가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동의낙태죄(269조 제2)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 결론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위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죄 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 특히 2, 30대 여성들의 인식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이 선고되기 전부터 최근 새로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이 청문회 등에서 보여준 낙태죄에 대한 태도, 2, 30대 여성들의 70% 이상이 낙태죄 처벌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낙태죄 처벌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 그간 낙태 허용에 대해 가장 완강히 반대해 왔던 가톨릭 측(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산하 생명운동본부)이 선고 직전 자기낙태죄 조항의 폐지는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점 등을 근거로 낙태죄 조항에 대해 위헌 취지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위 결정에 대해 여성계는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려는 오랜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환영하고 있고 종전까지 강력하게 낙태죄 폐지를 반대해 왔던 종교계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 측은 이번 결정이 사실상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해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실질적으로 박탈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낙태죄에 대한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에서 언급한 여러 기준들을 염두에 두고 국회에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특히 낙태 허용 시기와 사유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온 곳이 가톨릭, 개신교 같은 종교계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낙태죄를 둘러싼 논쟁은 생명이 무엇이고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과 맞닿아 있고 인생관, 세계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교적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논의와 합의가 쉽지 않은 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첨예한 긴장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낙태 문제를 둘러싸고 그간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 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 그 외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해 온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현실적 부담에 더하여 낙태죄 조항에 의해 그것도 여성만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는 점이 특히 2 ,30대 여성들로 하여금 용납의 임계점을 돌파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여성들의 고통과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들이 면밀히 검토되고 섬세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 인간으로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고 그리하여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 문제도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입법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시기의 문제는 그것이 현대의학의 연구 성과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현대의학의 연구 성과가 시대에 따라 가변적임에 비추어 거기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국회 법개정 시한이 20201231일인데 2020년 총선과 맞물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국회는 조속히 관련 논의와 입법 작업에 착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상반된 견해를 가진 측에서도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적 합의점, 실효적 방안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결정문 전문은 첨부된 헌법재판소공보 271호 파일의 479~504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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