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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F 클립 11호 이반 일리치의 죽음 (1) (2022. 9. 21.)

기독법률가회 0 1680

CLF 클립(CLeaF) 11 



이반 일리치의 죽음 (1)   




     "우리 CLF에서 역간한 《법조인의 소명》에서 저자는 법률가의 소명을 설명하기 위하여 두 법조인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소개되는 한 사람의 법률가는 톨스토이의 작품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주인공인데, 그는 45세에 죽었다.

     

    당시 그는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러시아 법원의 판사였고, 판사 임관되기 전에도 지방과 수도인 페테르부르크의 법률 및 행정 파트에서 유능한 법률가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반은 법과대학 때부터 이미 유능하고 쾌활하고 품성, 사회성까지 갖춘 유망한 법학도로 인정받았다. 높은 사람들이 일을 맡기면 가령 그것이 옳지 못한 일로 보이더라도 비난한다거나 하지는 않고 자기의 주관이라든지 법적 측면 이외의 다른 모든 가치들은 다 제거한 채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하였고, 사회의 윤리와 가치관을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위가 높아지더라도 결코 권한을 남용하는 일 없었고, 특히 아래 사람들에게 매우 정중하게 대하여 늘 주위의 좋은 평판을 들었다. 사무실 밖에서는 유쾌하게 카드놀이도 하고 파티에도 참석하였다.

     

    그는 좋은 가문 출신의 여자와 결혼하였는데, 그 여자는 재산도 상당히 소유하고 있어 이 결혼은 사랑과 사회적 조건을 갖춘 흠 잡을 데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 생활이 순조롭지가 않았다. 이반은 그냥 평온하고,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가정 생활을 유지하기를 바랄 뿐이었으나 아내는 쉽게 질투하고 자기를 위하여 시간을 더 내달라고 하면서 차츰 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쁜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면서 이반의 마음은 흔들리고, 자녀 교육 문제까지 겹쳐서 이반은 긴장하게 된다. 이반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 외에 달리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법률가로서는 승진을 거듭하였다. 아내의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자 오로지 그 생활비를 충당할만한 자리를 찾는 것에만 관심을 써야 했다. 이반은 아내에게 생활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아내를 달래며 가정일에 힘을 쏟기도 한다. 불안정한 화목이 그런 대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결혼 17년째 해 어느날 심각한 병을 진단 받으면서 싸늘한 의사의 태도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절망을 체험하고 자신이 죽음에 직면하여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동안의 승진과 평판과 모든 좋은 것이 지금 중단된다면 그것들은 어떻게 되는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는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죽어갔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이반을 '원만한'(agreeable)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성공하기 위하여는 원만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반은 원만함 그 이상의 무엇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서 창조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을 돕거나 정의를 위하여 자신의 법률적 재능을 사용하고 싶은 갈망은 없었다. 그는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가치관들과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살았을 뿐이다. ... "


     - 전재중, 법률직에 대한 부르심의 확인과 준비, 

       《기독변호사》3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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