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 > CLeaF
CLeaF

CLF 클립 23호 인터뷰 1 : 신앙 통해 인생의 자유 깨달아 (2023. 1. 4.)

기독법률가회 0 1645

CLF 클립(CLeaF) 23   

 

인터뷰 1 : 신앙 통해 인생의 자유 깨달아

 

* 이 글은 2011. 8. 9. 엄상익 변호사(당시 변협 공보이사)가 당시 법무법인 세종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일하던 이병주 대표를 인터뷰하여 2011. 10, 18.자 법조신문(당시 명칭 대한변협신문)혁명가에서 사도로 변화한 이병주 변호사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사를 다소 형식을 바꾸어 발췌한 것입니다. 이하 엄상익 변호사는 ’, 이병주 변호사는 로 약칭합니다.

 

: 대기실이 아주 좋네요.

: ‘비까번쩍해야 변호사 장사가 잘되죠. 자본주의 돌아가는 걸 알아보기 위해 처음에는 이 로펌으로 왔었죠. 저는 지금 수임료 협상에서 돈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돈 많이 받으면 도둑질 같았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변호사가 열심히 일해 섞여 있는 진실을 찾아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죠. 일한 만큼 충분히 돈을 받는 편이 의뢰인에게도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파트너로서 실적이 좋으면 당당해지고 실적이 떨어지면 주눅이 들어요.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죠. 파트너에게 칭찬을 받으면 신나는 거죠. 생각보다 인생살이가 조금 치사하지만, 각자 강한 마음을 먹고 현실을 이겨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혁명가가 자본주의의 첨병 소리를 듣는 변호사가 된 이유가 뭔가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위장 잠입한 건 아니죠?

: 1990년경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서 운동의 현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변호사 자격을 얻어서 인권활동이나 노동운동에 도움을 주는 변호사가 되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죠. 처음으로 민법, 형법 같은 법서를 잡았었는데 그걸 읽어보니까 이기적인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게 법이더라구요. 민법의 상린관계 규정만 봐도 그렇게 법으로 중간에서 이익을 조절해 주지 않으면 이웃끼리 물이나 땅 때문에 서로 찔러 죽이는 거 아니겠어요? 법을 공부하면서 법이 이해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주의 운동이 이해하는 인간의 본성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주의가 명분은 좋은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근본적으로 사람이란 전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성선설적인 존재가 아니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악설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산권이 무너진 게 저는 그들의 사상이 인간에 대한 지나친 신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르크스 레닌이나 모택동은 당과 당원이 공동선을 위해서 이상적이고 완전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당과 당원도 일반적인 인간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기본전제가 잘못되었던 셈이지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저는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일단 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로펌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15년 동안 경험한 변호사는 어떤 겁니까?

: 운동권에 있는 때는 추상적인 이념을 팔았는데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좋더라구요. 의뢰인들과 실질적이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구요.

, 형사 분쟁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인생과 영혼의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쳐주듯이 변호사는 민, 형사 분쟁에 처한 의뢰인의 마음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직업입니다. 변호사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추상적이지 않고 지극히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독실한 크리스천이 됐죠?

: 연애할 무렵 아내의 마음을 얻으려고 믿지 않으면서도 교회를 따라 나갔습니다. 미모전도법에 걸려든 거지요(웃음). 성경을 읽어보니까 사상서적보다 훨씬 내공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왔어요. 교회에 나가서 설교도 들어봤죠. 운동을 그만둔 후 나 자신이 이미 꺾인 상태니까 전과는 다르게 메시지가 스며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인간의 한계를 알고 있으니까 절대자인 하나님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죄인이라거나 예수를 통해서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직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1년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공부를 마칠 무렵 갑자기 얼굴과 몸의 피부가 여러 군데 벗겨지는 희귀한 병에 걸렸어요. 의학용어로는 자가면역성수포질환이라는 피부병인데 삼십 년 전만 해도 치사율이 50%였대요. 갑자기 얼굴과 가슴에 피부가 하루에 열 군데씩 막 벗겨지는 거예요. 갑자기 인생이 투병 모드로 바뀌게 되니까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이제 겨우 30대 중후반인데, 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아무 낙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왜 내가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 답답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었죠. 그렇다고 귀국하기도 싫었어요. 병에 걸린 보스턴은 신물이 났구요. 주위의 모든 것이 의미를 상실한 겁니다. 화를 풀려고 한 달간 차를 몰아 대륙을 횡단했어요. 이십 대에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데 삼십 대 미국에 와서는 나 한 사람의 초라한 영혼조차 어쩌지 못하는 입장이 된 거예요. 절망하니까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었어요.

보스턴에서 LA까지 가서 친구가 소개한 UCLA 대학교회에 다니면서 목사님과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 중 성령이 사람의 인생을 가이드하고 ‘move’해 준다는 설명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을 내 힘으로 끌고 갈 능력도 비전도 없으니까 성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조용하게 얘기했습니다.

그 직후 목사님이 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했는데 그 순간 머리에서 등까지 강한 전류가 관통하는 거예요. 뜨거웠죠. ‘Sometimes you think you are not understood by anyone around you, but I know you(너는 때때로 주변의 누구로부터도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너를 안다)’라고 목사님이 말하는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성령의 말씀이 목사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예요. 그때 평화가 마음속으로 밀려 들어왔어요.

특이한 것은 그 후 집에서 성경을 읽을 때 몸이 굽어지고 진동현상이 왔어요. 새벽에 기도해도 몸이 떨렸죠. 그 떨리는 기운이 입 쪽으로 가면 근육을 움직여 방언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물리적으로 측정을 못할 뿐이지 분명히 하나님의 물리적인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과학도 출신이니까 그렇게 물리적으로 보여줘야 내가 믿을 것 같았나 봐요. 아픈 자리도 내가 기도하면서 손을 대면 반응이 왔죠.

저는 성경에 나오는 기적 같은 치유를 이제 이해해요. 그리고는 제가 물리학을 통해서 알고 싶었던 궁극적인 진리를 이제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미련이 깨끗하게 없어졌습니다.

변호사가 인생의 목적은 아니었어요. 그동안 뭔가 찾아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인생의 목적을 찾은 거죠. 사상도, 세상의 출세도, 돈도 아닌 자유를 얻게 된 거죠. 인생의 고민들이 다 사라졌어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인생의 모든 갈증을 충족해 주는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변호사로서의 직업이나 성공보다 더 좋은 것이 있지요. 이것을 알게 되니까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히려 변호사 일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