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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26호 전장연 이동권 시위 어떻게 볼까 (3)

기독법률가회 0 1379

  CLF 클립(CLeaF) 26   

 

전장연 이동권 시위 어떻게 볼까 (3)


(지난호에 이어)


3. 몇 가지 사실과 현실

 

-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우이신설선 역사 총 326개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1역사 1동선(지상{외부 출구}에서부터 승강장까지 교통약자가 별도 도움 없이 승강시설을 이용해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된 역사는 305개로서 그 비율은 93.55%.

- 교통약자의 이동 특성을 고려할 때 지하철 1역사 1동선이 100%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큰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 예를 들어 A역에서 B역까지 간다고 할 때, 설령 99%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B역에 설치되지 않았으면 B역에 못 미쳐 내리거나 지나고 나서 내리게 된다. 설치율이 100%가 되어야 실질적 이동이 가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 2002년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탄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서울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음.

- 2015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못함.

- 2022. 4. 19.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4년까지 서울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고 밝힘. 서울교통공사가 추산한 미설치 21개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비용은 620. 설치 기간은 평균 2년 이상.

- 최근 일부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같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2023. 1. 19.부터 대·폐차 시 저상버스를 반드시 도입하여야 하는 저상버스 도입 의무 대상을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로 한정. ‘시외·고속버스는 도입 의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음(저상버스 대신 '휠체어 탑승설비'{리프트} 설치).

- 국토교통부가 20228월 발표한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시내버스) 보급률은 30.6%(10,828){202027.6%(9,840)}. 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2017-2021)의 전국 목표치인 42%에 미달. 지역별 목표치는 서울시 65%, 광역시 45%, 9개도 32%였는데 강원도(39.7%)의 저상버스 보급률만 목표치(32%)를 상회하였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함(서울도 59.7%에 그침).

-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저상버스 대수는 11,073대로, 시내버스 10,828(도입률 30.6%), 농어촌버스 28(도입률 1.4%), 마을버스 217(도입률 3.9%). 이 외의 고속버스, 시외버스, 공항버스, 관광버스, 각종 셔틀버스는 저상버스 없음.

4. 한 가지 관점(2022. 4. 27.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이 공동주최한 장애인의 동동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현황과 대책 마련 토론회자료집 중 남세현 한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님의 토론문 이제 비문명적 이동권 시위는 끝낼 때가 지나지 않았나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정리하여 실었습니다.)

- 선량한 시민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그 선량한 시민은 누구인가?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볼일이 있다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다녀올 수 있는 선량한 시민에는 마땅히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다. 똑같은 대한민국으로서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교통수단에 탑승하는 것이 어째서 비장애인들의 후한 인심과 동정에 기대여야 할 일인가? 장애가 없는 시민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누구로부터 대중교통수단이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장애인을 함께 태워주고 말고 결정하는 선심이라도 써줄 강력한 권리와 권력을 부여받았단 말인가?

 

- 처지는 이해하지만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불법적인 시위가 문제이다?

지난 22년 동안 장애인계는 꾸준히, 멈추지 않고 시민의 이동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주장을 이어 왔다. 시청역, 광화문역, 차갑고 어두침침한 지하도 속에서 22년간 멈춘 적 없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서명을 받고, 시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해왔다. 정중하고 공손하고 예의 바른 시위, 민폐를 유발하지 않는 시위에 사람들은 동정을 보내왔지만 실질적인 기여나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도 몇 번은 지하철을 멈추고 고속도로 운행을 가로막으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 정도의 불편을 만들어 내지 않았으면 우리 사회가 소수의 장애인이 겪는 이동의 불편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했었느냐고? 만일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도 그 결과가 지금의 수준이라면 그건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이동의 제약은 장애인들이 다른 시민들과 동등하게 평범한 교육을 받을 기회,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에 참여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 원인과 과정은 간과하고 장애인은 아침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출근길 저상버스에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하느라 비장애인 시민들의 이동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비난과 원망을 쏟아내는 우리 사회 다수의 기득권 비장애인들이 과연 선량한 시민이었던 것이 맞는 것일까?

법이 가질 수밖에 없는, 기득권을 가진 다수를 중심으로 잘 짜여진 법이라는 한계, 그 빈틈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현행법은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동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 지금까지 많이 변했다. 조금 더 기다리면 해줄 것이다. 일시에 재원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

물론 그사이에 많은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지상버스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이 실제 이용하기 위한 교통수단 간의 연결성을 고려하면 수치와 달리 활용 가능성은 아직도 높지 않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주는 정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정부의 정책은 언제나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늘 예상치 못했던 긴급한 예산은 생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도, 산불 지역 복구 지원도 지진 지역 피해 보상도 아동 보육 확대를 위한 예산 증액도 ...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많은 돈이 들어야 하는 타당한 예산 지출이다. 그런데 48년이 넘도록 이동의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의 권리가 늘 다른 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덜 급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이유는 그저 다수이자 권력을 가지고 있는 비장애인들이 본인은 겪어보지 못한 그래서 불편을 실감하지 못하는 남의 일이기 때문일 뿐이다.

 

- 결국 비문명적인 시위는 누가 끝내야 하는가?

이제 우리 사회가 할 일은 동등하고 선량한 시민을 떠올릴 때 장애인과 가족을 빼놓지 않고 당연히 기본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민들에게도 다른 시민들과 동등하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고, 국가와 사회는 그 권리를 실현시킬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인식이 그저 감성적인 공감이나 한 줄의 동의 서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다급한 예산 지출 항목들 속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흔들리지 않고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시외버스 이동권 보장에 대한 판결은 과연 그러한 사회의 합의에 다가가고 있는 것인지 법원과 정부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동권뿐 아니라 접근권, 참정권의 보장, 직업과 교육의 기회, 탈시설 자립생활을 통한 인간다운 삶과 생존을 보장하는, 장애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기본권과 통합의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이 비문명적인 투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문명화시키기 위해 애써온 장애인계에 응답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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