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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33호 성경적 법학 연구 입문 (5)

기독법률가회 0 1319

          CLF 클립(CLeaF) 33    



                     성경적 법학 연구 입문 (5)

                               

* CLF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그 목표(GOAL)의 하나로 법률전문직과 기독신앙의 학문적 · 실천적 통합을 들면서 구체적 기준(STANDARD)으로, (1) 성경적 법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 (2) 법률직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이해 정립, (3) 실무 법 해석 · 적용의 성경적 관점 계발, (4) 성경적 법학 관련 모임 개최 · 책자와 논문 발간 · 필자 개발과 지원 등의 활동을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2023. 2. 11.) 기독법학회 창립을 계기로. 위와 같은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라며, 성경적 법학 연구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종전 전국대회의 성경적 법학 연구 분야 선택강의 강의안을 중심으로, 몇 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


2. 다시 법이란 무엇인가?


- 아퀴나스에서 빌려와서 


모든 법체계는 다음의 질문들을 연구하거나, 그에 대한 대답을 최소한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법의 기원은 무엇인가? 하나님인가, 자연인가, 사람인가? 우리는 어떤 법이든 마음대로 만들 자유가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만들기 전부터 이미 우리를 구속(constrain)하고 있는 법이 있는가? 법전이나 판례가 없어도 법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실정법은 어떠해야 하며, 어떻게 집행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 위해 우리는 법이란 무엇이고 법의 큰 얼개는 어떠한가에 대해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


 가. 법의 의미


일부 근대 법학자들은 ‘법’은 객관적인 의미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다른 법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주권자에 의해 명령된 것은 모두 법이라고 한다. 법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이 글의 목적을 위해서, 성경과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정의를 택해서, 토론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보려고 한다.

아퀴나스는 법이란 “① 공동체를 보호할 직분을 맡은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② 공포된 ③ 공동의 선(common good)을 위한 ④ 이성적인 규범 내지 법칙이다”라고 하였다. 아퀴나스는 ‘법이란 단순한 주권자의 명령 내지 의지’라는 견해를 명백히 부정하면서, 모든 법은 위의 4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이 아니라고 하였다. 아래에서 살펴볼 법의 체계에 나타나는 모든 법 역시 위의 4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나. 법의 체계


(1) 전체의 얼개


아래의 표는 아퀴나스가 주장하는 법의 큰 그림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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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원법


영원법이란 하나님께서 우주를 만드시고 다스리시는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법은 이 영원법에 그 기원이 있다고 해야 한다. 영원법이 없다면 우리는 다른 법들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영원법 자체는 하나님만이 아시고 우리는 영원법이 반영된 것(reflection)을 통해서만 영원법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태양의 유비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태양(해) 자체는 너무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지만, 태양빛(sunshine)을 통해 태양을 볼 수 있고, 그 태양빛으로 인해 다른 사물들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법 자체는 알 수 없지만 그 반영인 자연법과 신법을 통해 영원법을 알 수 있고, 자연법과 신법이 있으므로 인간법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법은 그 권위를 궁극적으로는 영원법으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다.


 (3) 자연법


자연법이란 영원법이 사물들의 본성에 새겨져 있고, 합리적 이성을 가진 피조물의 본성에 반영된 것으로서 피조물을 자연적인 선(natural good)으로 이끄는 법이다.

‘마음에 새겨진’ 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아퀴나스는 이 자연법을 일차적인 명령과 이차적인 명령으로 구분하였다. 일차적인 명령은 ‘우리가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도덕의 원리들’로서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라” 같은 명령들을 들 수 있다. 마치 기하학의 공리(axiom) 같은 것으로 그 자체는 증명되지 않지만, 다른 모든 증명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다. 이차적인 명령은 일차적인 명령에서 유추된 자명한 것으로서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거나, 자명하지는 않지만 보편적인 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살인하지 말라”, “그 사람에게 속한 것은 언제나 그 사람에게 돌려줘라”라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키케로, 그로티우스, 몽테스키외, 블랙스톤, 켄트와 같은 초기 법률주석가들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실 때, 그분의 뜻과 법을 온 땅과 그 위에 사는 인간들에게 주셨다고 믿었다. 그러한 법은 성경의 시험을 거치거나 성경을 통해 확증된 것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의 경험과 행동을 합리적으로 잘 관찰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소위 말하는 이러한 ‘자연법’은 자연과학의 영역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라, 인간 행동의 옳고 그름에 관한 법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법들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바뀌거나 폐지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4) 신법


신법이란 영원법이 특별계시인 성경에 반영된 것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이끌어 하나님과 화목케 만드는 법이다. 신법과 자연법의 차이점은 자연법은 피조물을 자연적인 선으로 이끄는 것인 반면, 신법에는 하나님 자신의 세상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어, 우리로 하여금 자연적인 선을 넘어선 궁극적인 기쁨(초자연적인 선)으로 인도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연법은 창조 때부터 적용되어왔지만, 신법은 역사를 통해서 그때그때 주어졌고, 그 법의 일부는 특정한 백성들에게만 적용되었다. 또한 아퀴나스는 신법에는 구약에 담겨 있는 옛 신법과 신약에 드러난 새 신법이 있다고 하면서, 옛 신법은 새 신법을 가리키고 새 신법에서 드러난 약속된 구세주에 의해 완성되므로 두 개의 신법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한다.

옛 신법은 ① 십계명으로 압축되는 하나님의 백성의 성화를 위한 도덕적인 계율인 도덕법 ② 합당한 경배를 통해 인간을 신에게로 향하게 하는 예식법 ③ 이스라엘을 이방 나라와 구별된 정의로운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사회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새 신법은 복음의 법으로 옛 신법을 완성하며, 옛 신법이 약속한 것을 채운다. 새 신법에는 예배에 관한 법, 외부적 행위들에 관한 법뿐 아니라 관계에 관한 법들도 있어, 내면에까지 자연과 이웃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한다.


(5) 인간법


인간법이란 특별한 인간 사회 상황에 맞추어 자연법을 적용한 것 내지는 구체화한 것인데, 인간법은 자연법과 맺는 관계에 따라 law of nations와 civil law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law of nations는 자연법에서 연역된 것으로, 예를 들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라는 자연법에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하지 말라”라는 법을 연역하는 것이다. 한편 civil law는 자연법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즉 일반적인 것을 구체화하는 법으로, 예를 들어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자연법에 대해 “도로에서는 차가 오른 쪽으로 혹은 왼쪽으로 가도록 하라”고 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인간법과 자연법의 관계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으나, 인간법과 신법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선 인간법은 신법으로부터 유추되지 않는다. 정부의 임무는 공동체가 초자연적인 선이 아닌 자연적인 선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법이 신법에서 유추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신법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법이 갖는 모든 권위는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정부가 자연법은 물론이거니와 신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법을 만들어 강제하는 경우, 그 법은 법이 아니다.


                      (다음 호에 계속)


- 김종철(‘어떤바람농장’ 농부, 전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 전 CLF 연구위원장), 법의 성경적 기초(2013년 제5회 전국대회 가이드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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