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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34호 성경적 법학 연구 입문 (6)

기독법률가회 0 1298

          CLF 클립(CLeaF) 34    



                     성경적 법학 연구 입문 (6)

                               

* CLF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그 목표(GOAL)의 하나로 법률전문직과 기독신앙의 학문적 · 실천적 통합을 들면서 구체적 기준(STANDARD)으로, (1) 성경적 법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 (2) 법률직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이해 정립, (3) 실무 법 해석 · 적용의 성경적 관점 계발, (4) 성경적 법학 관련 모임 개최 · 책자와 논문 발간 · 필자 개발과 지원 등의 활동을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2023. 2. 11.) 기독법학회 창립을 계기로. 위와 같은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라며, 성경적 법학 연구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종전 전국대회의 성경적 법학 연구 분야 선택강의 강의안을 중심으로, 6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


3. 또 법이란 무엇인가?

- 마틴 루터 킹에게 빌려와서


앞에서 법이란 기본적으로 주어진 것이어서, 실정법은 주어진 법을 발견하는 것이 되어야 된다고 하였다. 또한 법을 정의하면서 법이란 “공공의 선을 위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의미는 공동체 구성원이 ‘선한 삶을 살도록 협력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법의 목적은 시민으로 하여금 덕(virtue)스럽게 만드는 것, 즉 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제한 없이 시민으로 하여금 덕스러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면 모두 실정법화할 수 있는가?


 가. 실정법 제정의 한계

(1) 실정법의 목적은 초자연적인 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목적상의 한계)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실정법으로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만 얻을 수 있는 초자연적인 선을 얻을 수 없다. 초자연적인 선으로 이끄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교회의 역할인 것이다. 실정법은 신앙에 대해 협력하고 우호적이어야 하나, 교회의 역할을 가로채서는 안 된다. 


(2) 실정법은 우리가 심판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해서만 다루어야 한다(관할의 한계)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숨겨진 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심판할 수 없고, 단지 눈에 보이는 외적인 행위만을 심판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정법은 감정과 생각과 신앙 등에 대해서는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


(3) 실정법은 모든 악한 행동을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상황의 한계)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러한데, 첫째는 모든 악을 제거하려다 보면 많은 선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퀴나스는 “실정법은 ‘더 심각한 악만을’ 금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완전하고 악한 인간은 ‘더 큰 악을 저지를 것이다’”라고 하였다. 둘째는 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덕스러운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피규범자가 처한 상황과 수준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그 목적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에서와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악을 금지당한 인간이 더 큰 악을 저지를 수 있을뿐더러, 그 법은 규범력을 상실해 버리기 때문이다.


 나. 악한 실정법과 불순종

(1) 아퀴나스와 마틴 루터 킹의 입장

아퀴나스는 바르지 못한 법은 완전한 의미에서 법이 아니라 법의 왜곡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악한 법은 법이 아니므로 우리는 순종할 필요가 없는가? 아퀴나스는 이에 관해서 법이 바르지 못한 이유를 법이 인간의 자연적인 안녕을 훼손하는 경우와 법이 인간의 초자연적인 안녕을 훼손하는 경우로 나누어서 다르게 취급하였다.

아퀴나스는 법이 우리의 자연적인 안녕을 해치는 경우, 불순종이 다른 이들에게 걸림돌이나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면, 순종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왜 일정한 경우에 한정해서만 불순종이 허용되는가? 아퀴나스는 법이 가짜라고 해서 다른 동료 시민들의 선에 대해 우리가 무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혼란(disturbance)은 폭력, 무질서, 위험 등을 의미하고, 걸림돌(scandal)은 도덕적인 유혹을 의미한다. 당신의 행동이  결백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범하도록 한다면 당신의 행동은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악한 실정법이 우리의 자연적인 안녕을 해친다면 그 법에 대해 불순종하기 전에 위 두 요소를 고려하여 비교 형량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실정법이 신법과 정반대로 규정되어 우리의 초자연적인 안녕을 해치는 경우, 예외 없이 순종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왕의 우상 앞에서 제사를 지내라는 법이나, 살인과 절도와 부모에 대한 불경을 명령하는 식으로 십계명을 위반하도록 강제하는 법에는 순종하지 말아야 할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있다고 한다.

현대의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 역시 이러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입장으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마틴 루터 킹은 ‘버밍험 감옥에서의 편지’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에게서 받은 영향을 이야기한 바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악법에 불순종하려는 사람은 ① 공개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고, ② 공개적으로 불순종의 이유를 밝혀야 하고, ③ 불순종에 따르는 법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하였다. 마틴 루터 킹의 이러한 주장은 악법에 대한 불순종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범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는 아퀴나스의 염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은 특정한 법을 불순종할 때 그것은 법적인 정의를 세우고자 하는 동기에서 이루어져야지, 법적인 정의에 대한 경멸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악한 실정법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퀴나스는 순종의 한계를 마틴 루터 킹은 불순종의 방법에 대해 강조를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왜 악한 실정법에 순종해야만 하는가? 순종에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2) 악한 실정법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의 근거

우리는 왜 법을 지키는가? 악한 법이라도 왜 지켜야 하는가? 국가가 공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적인 합의(혹은 국민의 대표에 의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지키는 것인가? 우리가 법에 따라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로마서 13:1-2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라고 말하면서 그 권위에 순종할 것을 명령하신다(베드로 전서 2:13-17).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실정법에 순종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로마서 13:1-4과 베드로전서 2:13-17에도 간접적으로 나타나듯이 국가의 권위는 위임된 것이므로 실정법이 하나님의 법에 정면으로 반할 경우에는 불순종할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어떠한 사람들은 위 로마서 13:1-4과 베드로전서 2:13-17에서 국가의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된 것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마태복음 22:21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를 근거로 하나님과 가이사를 동위로 생각하거나, 위임된 권위를 절대화하거나, 하나님의 일과 가이사의 일은 무관하므로 가이사가 시키는 일에는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잘못 해석한다.

그러나 마태복음 22:21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를 가지고

하나님 ━ 가이사


로 볼 수 없다. 위 구절의 문맥을 살펴보면, 유대인들을 식민지배하고 있는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라는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고 하시고는 동전을 가지고 설명하신다. 예수님은 동전에 새겨진 “이 형상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신 다음, 가이사의 것이라고 대답하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말씀하신다. 동전에 새겨진 가이사의 형상을 보고 그 동전을 가이사의 것이라고 하셨다면, 하나님의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 가이사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과 가이사의 관계는


                               하나님

                                 ┃

                               가이사


로 봐야 한다.

이렇게 국가를 포함한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국가가 하나님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법을 제정한 경우에는 그 순종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 김종철(‘어떤바람농장’ 농부, 전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 전 CLF 연구위원장), 법의 성경적 기초(2013년 제5회 전국대회 가이드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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