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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40호 미국의 기독법학연구 동향에 대한 고찰 (3)

기독법률가회 0 1270

            CLF 클립(CLeaF) 40    


미국 기독법학연구 동향에 대한 고찰 (3) 


                                                        김대인 교수*

                     

*이 글은 CLF 연구위원장을 역임한 김대인 교수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 미국 내의 법과 기독교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기독법학연구의 현황을 주체, 분야, 쟁점으로 나누어 상세히 고찰한 논문(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26권 제4호 통권 78호, 2022. 3. 게재)을 분량, 가독성을 고려하여 각주와 일부 내용을 생략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대로 옮겨 실은 것입니다. 여러 기독교종파와 각기 다른 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법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 내 기독법학연구의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기독법학연구의 전체상을 조감하게 할 뿐 아니라 아직 초입 단계인 국내 기독법학연구에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각주를 포함한 전문(全文)은 첨부한 파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크게 주체, 분야, 쟁점으로 나누어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Ⅳ. 미국 내 기독법학연구의 쟁점


1. 신학에 대한 시각


 코크란은 리차드 니버(Richard Niebuhr)의 종합주의자, 변혁주의자, 분리주의자, 이원론자, 문화주의자의 5가지 문화유형론을 활용하여 기독교적 관점에서 법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기독법학자들이 어떤 신학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법을 보는 시각에 차이를 나타내게 됨을 보여준다. ... 

 다양한 신학들 간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인간에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신학을 대표하는 아퀴나스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성과 선에 대한 지향성 때문에 다른 존재들과 구분된다. 이때의 선이라고 할 때에는 자기 자신의 선뿐만 아니라 공동선(common good)을 포함한다. 물론 인간이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선함과 합리성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타락이 인간역사의 핵심적인 사건에 해당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보낸 신의 사랑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정교회의 입장은 합리성을 덜 강조하고, 가톨릭에 비해 보다 개인적이고, 신비적인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교회는 인간이 신과 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의 죄성에 비해서 강조하기 때문에 개신교에 비해서는 덜 비관적이다. 

 이러한 인간을 보는 시각의 차이는 법을 보는 시각에도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동방정교회의 경우에는 다양한 개신교 종파에 비해서 보다 반법률적(anti-legalistic)인 경향이 있으며, 개신교 중에서 칼뱅주의자는 루터주의자에 비해서 법에 대해서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로마 가톨릭은 자신만의 법적인 접근방법을 취하는데, 도덕규범 전체를 자연법의 일종으로 보고 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며 특정한 성경구절에 대해서는 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가톨릭신학을 배경으로 하는 법학자들은 아퀴나스의 자연법사상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개신교신학을 배경으로 하는 법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반드루넨 등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자연법을 언급하지 않고, 성경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법적인 논의로 연결하거나, 앞서 맥코넬이나 카터와 같이 자유주의와 같은 일반 정치철학적인 용어를 활용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연법사상이 전제로 하는 인간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보는 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톨릭과 개신교는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개신교는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라고 할 때에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가톨릭은 조직으로서의 ‘교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칼뱅주의, 루터주의, 애나뱁티즘 간에도 차이가 있다. 칼뱅주의를 배경으로 한 학자들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시민법을 개혁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루터주의나 애나뱁티즘의 전통에 있는 학자들은 국가와 교회의 명확한 구분을 강조하고, 애나뱁티즘은 신앙인의 구별된 삶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실무 및 법조윤리와 관련해서 애나뱁티즘의 전통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학적인 차이를 넘어서 공통점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크란은 가톨릭신학과 개신교신학을 비교해보면 둘 다 종교적인 자유를 중시하는 점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가톨릭의 자연법사상은 개신교에서 말하는 ‘일반은혜’(common grace)와 중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칼뱅주의는 인간의 죄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에게 진리를 인식하는 능력에 제한이 생겼지만 이러한 일반은혜로 인해 신앙인과 비신앙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논리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가톨릭 자연법과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는 측면이 된다고 본다.

 둘째, 가톨릭의 사회사상인 보충성(subsidiarity)의 원리는 칼뱅주의에서 유래한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의 원리와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리는 작은 사회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더 큰 사회단위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보충적으로만 개입해야 한다는 원리다. 영역주권이론은 칼뱅주의 사상가인 아브라함 카이퍼가 시작하였고 헤르만 도예베르트가 발전시킨 이론으로서, 사회에는 다양한 영역(국가, 교회, 가정, 기업 등)이 존재하고 이들은 각각 고유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상호간에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다. 보충성의 원리는 수직적이고, 영역주권이론은 수평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의 권력에 대한 제한이론으로 연결되고,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 사랑의 계명에 대한 시각


 기독교의 사랑(agape)의 개념이 오늘날 시민법(civil law)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에 관해서 기독법학자들 간에 견해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반드루넨은 기독교의 사랑의 계명이 오늘날 시민법에 적용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민정부의 역할에 관한 성경적 근거를 로마서 13:1-7에서 찾고 있는데, 이 구절은 창세기 8;21-9:17에 나오는 노아 언약(Noahic covenant)을 배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노아 언약의 세 가지 측면 때문인데, 첫째, 노아 언약은 세계가 유지되는 한 유효한 것으로 신이 선언하였고, 둘째, 노아 언약은 그 적용범위가 보편적이며, 셋째, 노아 언약은 보존적(preservative)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반드루넨은 이러한 성경적 해석을 근거로 시민정부는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를 실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본다. 

 이어서 반드루넨은 기독교적인 사랑은 시민법(civil law)의 조직과 평가에 있어서 역할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이러한 논의를 펼쳐감에 있어서 ‘일반적인 형식의 사랑’과 ‘특유한 기독교적 형식의 사랑’을 구별하고 있다. 특유한 기독교적 형식의 사랑은 응보를 피하고 대가 없이 용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노아 언약을 통해 신이 자신의 형상을 담은 인간에게 정의 가운데 사랑을 실천할 것을 명령하였는데,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어디까지나 응보적인 정의를 실천하는 것과 부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응보적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에 용서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로 인해 체결된 새언약은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구원(redemption)과 관련된 것이지 창조나 보존과 관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민정부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러한 반드루넨의 주장은, 기독교적 사랑이 ‘신의 나라’에서 실현될 수 있는 원리이지 ‘인간의 나라’에서 실현되는 원리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나라 이론’(two kingdom theory)에 입각한 이러한 반드루넨의 주장에 대해서 코크란은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반드루넨이 ‘일반적인 형식의 사랑’과 ‘특유한 기독교적 형식의 사랑’을 구분하는 것은 예수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회피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수는 법이 사랑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응보적인 성격의 법’(lex talionis)도 이러한 사랑의 계명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인간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에서 리더로서 일할 때의 마음과 가정이나 교회에서 지낼 때의 마음이 서로 구분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사랑의 계명은 어떻게 시민법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 코크란은 다음과 같이 6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사마리아인들(인종, 종교, 국적, 종교적 배경 등으로 인해 아웃사이더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기본적인 일자리, 교육,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지지해야 한다. 둘째, 적을 사랑해야 한다. 정부의 리더들이 형사사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자비에 의해서 조절된 정의’(justice tempered with mercy)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 기독법률가들은 겸손함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 넷째, 가난한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 이는 교회 등 민간단체들의 구호활동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공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지지해야 한다. 다섯째, 아가페는 가르침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립학교, 사립학교, 종교계 학교, 홈스쿨링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지 질이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여섯째, 시민들을 고양시켜 공적인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시민들의 정부에의 민주적인 참여를 지지해야 한다.

 리차드 히어스는 성경적 사회복지사상이 입법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어스는 미국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17세기의 청교도 정착민들은 가난한 자에 대한 책임과 일반적인 복지를 강조하는 법을 만들고 시행하였으며, 이러한 사회복지사상은 18세기에 제정된 미국연방헌법의 전문에도 반영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비성경적인 자유지상주의적 개인주의와 사회다윈주의가 지배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오늘날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면 사회주의적인 주장으로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히어스는 성경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억압이나 잘못된 취급을 금지하는 법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취약계층에는 가난한 자, 외국인 체류자, 과부와 고아, 근로자, 장애인 등이 속한다. 이러한 성경의 법은 신과 이스라엘 간의 언약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언약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는 법과 윤리 간의 관계에 관한 현대적인 이해에도 적실성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히어스의 견해는 신과 이스라엘 간의 언약이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본다면 기독교적 사랑의 개념이 시민법에도 적실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3. 인권에 대한 시각


 인권에 대한 시각은 기독법학자들 간에도 많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히 낙태나 동성애의 문제에서 잘 드러나는데, 낙태는 여성의 인권, 동성애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가톨릭 자연법사상의 전통을 따르는 학자들(존 피니스, 로버트 조지)의 경우 낙태나 동성혼의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보았듯이 이들은 생명의 보존, 이성 간의 결혼 등을 자연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낙태나 동성혼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가톨릭 법학자들의 견해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권법분야의 권위자인 마이클 페리는 인권의 도덕성을 인정할 경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고통을 초래하는 입법을 정부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인간의 개별성(particularity)에 대한 비하적인 견해(demeaning view)에 입각한 차별을 허용하는 것은 인권의 도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동성애에 대한 차별도 이러한 인권의 도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낙태와 동성혼의 문제를 나누어서 보는데, 낙태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동성혼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동성혼에 대한 반대는 동성애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이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으로 본다.

 개신교 법학자들 역시 인권문제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기독법률가회(CLS)에서 2019년에 발간한 Journal of Christian Legal Thought에서는 인권법의 현황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여러 편 게재된 바 있다. 앤드류 들로아(Andrew Deloach)는 인권(human right)에서 권리(right)만이 넘치고 인간(human)이 실종된 인권법의 문제를 지적한다. 인간의 본성(human nature)과 인간번영(haman flourishing)에 반하는 ‘비인간적인 권리’(inhuman right)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이러한 예로 본다. 엘리사 코렌(Elyssa Koren)과 폴 콜먼(Paul Coleman)도 성소수자의 권리, 낙태의 권리 등 새로운 권리가 계속하여 늘어나면서 세계인권선언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인권선언 제3조에서는 생명권(right to life)에 관해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을 여성의 생명에 대한 권리로 이해하면서 낙태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오프더벡은 낙태와 동성혼이 전통적인 기독교가치와 부합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보수적인 백인 기독교 우파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 문제를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저항했던 본회퍼의 심정으로 바라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낙태와 동성혼이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같은 명백한 사례로 보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 초기의 낙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이고, 동성혼이 그리스도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CLS(기독법률가회)가 U.C. 헤이스팅스(Hastings) 로스쿨의 회원모집과정에서 동성애자를 배제함으로 인해 공식적인 동아리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한 전략은 찬성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칼뱅주의 기독교철학자인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는 2016년 10월 13일에 개최된 한 강연회에서 동성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동성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경하게 된 계기로 동성애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들의 고통, 소망, 신앙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을 들고 있다. 그는 동성애자들 간에도 언약적인 관계가 가능할 수 있으며, 동성애를 정죄하는 성경상의 본문이 모든 동성애를 보편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월터스토프의 주장은 개신교계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이러한 월터스토프의 주장은 월터스토프 자신이 주장한 정의개념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동성혼에서 아동을 입양할 경우 아동이 자신의 육체적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모로 둘 자연권을 침해하게 되는데, 이는 약자중심의 정의개념을 강조하는 월터스포트 자신의 이론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월터스토프가 동성애와 관련된 성경의 일부 규정만을 검토하였고 보다 넓은 성경적인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신학적인 비판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Ⅴ. 향후 과제 및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


1. 향후 과제


 미국의 기독법학자들은 기독법학연구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선 위티는 기독법사상(Christian jurisprudence 또는 Christian legal thought) 연구의 향후 과제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 가톨릭과 개신교의 법사상이 주로 연구되었으나 향후에는 정교회의 법사상이 좀 더 연구될 필요가 있다. 둘째, 근대기독교의 가르침(modern Christian teaching)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근대기독교의 가르침이 보다 구체적인 것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세 종파 간의 에큐메니칼한 법사상 연구가 필요하다. 다섯째, 서구 이외의 제3세계에서의 기독법사상 연구가 좀 더 소개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브루베이커는 기독법사상을 연구하는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첫째, ‘법신학’(law and theology)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 ‘법사회학’(law and sociology) 등과 유사하게 신학의 관점(신론, 인간론, 창조론 등)에서 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둘째, 귀납적인 방식(bottom-up approach)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정의, 권리, 평등 등의 개념들에 대해서 기독사상가들은 어떠한 관점을 가질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셋째, 역사적인 접근이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 가운데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왔는지를 고찰하는 것이다. 넷째, 법학의 각 분야별로 기독교적인 관점을 탐구하는 것이다. 계약법, 불법행위법, 헌법, 가족법 등에서 기독교적 관점을 찾는 것이다. 다섯째, 성경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다. 모세오경, 이스라엘의 역사서, 시편, 지혜서, 선지서, 신약의 서신서, 복음서 등에서 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는 현재까지의 기독법학의 연구방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향후의 과제를 제시하는 의미도 동시에 갖는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스턴츠는 ‘급진적 기독법이론’(radical Christian legal theory)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기독법이론은 다음을 전제로 한다고 본다. 1) 법과 법이론이 관계되는 곳에서, 기독교의 함의는 규칙(rule)보다는 관계(relationship)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2) 기독교는 특정의 정치이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론들과 부합할 수 있다. 3) 기독교는 부분적으로 법과 그것이 전달하는 도덕적인 메시지에 깊이 관심을 갖는 도덕적인 신(moral God)에 대한 신앙이다. 4) 기독교는 전복적인 종교이다. 자연적인 질서를 전복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스턴츠는 이와 같은 전제하에 급진적 기독법이론은 1)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2) 도덕주의(moralism)에 기초해야 하며, 3) 겸손함(humility)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스턴츠의 입장은 기독교우파와 좌파를 모두 뛰어넘는 기독법사상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


 미국 내 기독법학연구의 현황이 우리나라에서의 기독법학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기독교 종파들의 법에 대한 접근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 칼뱅주의, 루터주의, 애나뱁티즘 등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보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법에 대해서 접근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기독법학자는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다른 신앙전통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보충성의 원리(가톨릭)와 영역주권사상(개신교), 자연법 사상(가톨릭)과 일반은혜론(개신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것이 지방자치법이나 종교의 자유 분야에 주는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 

 둘째, 성경의 법(biblical Law)을 중시하되, 이것을 해석하고 현대사회에 적용을 하는 과정에서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성경에 기반한 법사상을 펼치려고 했던 시도들 중에서 ‘백인 중심, 반이민주의, 인종주의’로 흐른 경우가 있음을 보게 된다. 이는 성경의 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성경의 법 자체는 깊이 있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 우선 성경의 법의 배경이 되는 유대주의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며, 특히 성경의 언약(covenant) 사상과 이의 세속법적 함의(사회계약론, 가족법 등)에 대한 연구가 깊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성경의 법의 핵심은 ‘사랑’의 계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성경의 법에 나타난 원리를 현대사회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좌와 우를 뛰어넘어 인간 상호간,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종교의 자유가 점차로 제한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은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판례나 입법에서 일정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를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중립성을 이유로 세속적인 가치가 종교적 가치에 비해 당연히 우선시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미국 내 견해는 우리나라에도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낙태나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기독법학계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진지하게 토론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독법학자들의 선행연구를 보면 낙태나 동성애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낙태나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우려하는 점(생명의 경시, 종교의 자유의 제한)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측면이 있으나, 여성, 성소수자 등이 이들 문제에서 처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사랑의 계명에 입각한 균형 있는 시각이 기독법학계 내에서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자유주의, 공화주의, 입헌주의, 공동선 등 일반 정치철학에서 논의되는 개념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독교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설득력이 있는 법이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신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바로 법이론을 전개하기보다는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개념들을 토대로 접근하는 것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늘날 공공신학(public theology)에서 강조되고 있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기독법학자들은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사회과학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출 필요가 있다.

 여섯째, 기독법학연구는 기독신앙을 가지고 있는 법률가들에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언약이론이 법조윤리에 갖는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것, 애나뱁티즘을 토대로 용서의 법사상이 제시되고 있는 것 등은 우리나라 법조윤리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실무에서 이러한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난점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기독법률가회(CLF), 애중회, 복음법률가회와 같은 기독법률실무가들의 모임이 있는데 기독법률실무가와 기독법학자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질 때 법조윤리분야의 기독법학연구가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기독법학연구는 교회분쟁이 적법절차에 의해 해결됨으로써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데에 기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교회분쟁의 경우 교단 내 분쟁해결시스템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세속법정의 개입이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기독교중재 등을 통해 교회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중립성의 부족과 사법접근성 저해의 문제점이 함께 지적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보충성의 원리나 영역주권의 원리에 따르면 교회분쟁이 원칙적으로 자체적인 분쟁해결시스템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자체적 분쟁해결시스템의 공정성이 함께 담보되는 것이 필요하다.

 여덟째, 법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 인식하면서 기독법학연구에 임할 필요도 있다. 성경의 내러티브에 의하면 창조-타락-구속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역사 가운데 법은 인간을 보존시키는 도구에 해당한다. 즉, 법이 인간의 구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법의 한계를 인식하게 될 때 법의 적절한 기능에 대한 정당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Ⅵ. 결 론


 미국에서는 다양한 기독교종파들이 존재하고 각기 다른 신학적인 토대로 바탕으로 다양한 법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종파의 차이를 벗어나 공통점을 토대로 기독교법사상을 구축하려는 시도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가톨릭의 자연법사상과 칼뱅주의의 일반은혜론, 가톨릭의 보충성의 원리와 칼뱅주의의 영역주권이론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그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종교적 상황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내 기독법학연구의 동향을 무조건 수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특정 정파의 선전도구로 기독법학이 활용되는 것은 경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법학자들이 타학문분야(신학, 철학 등)의 학자, 그리고 법률실무가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다양한 분야별로 많은 기독법학연구를 축적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

 코크란이 지적하듯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그리고 인간이 만든 법도 크게는 신의 창조질서 속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에 대한 연구를 함에 있어서 신의 창조질서를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기독법학연구가 이론으로서만이 아니라,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내 기독법학연구의 현황을 검토한 이 글이 우리나라에서 기독법학연구가 활성화되는 데 작은 토대가 되길 소망해본다.


* 김대인 교수 : 법무법인 소명 변호사, 한동대 교수, CLF 연구위원장 역임. 현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독법사상 강독모임 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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