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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41호 20년 전 누가회에서 온 편지

기독법률가회 0 1182

    CLF 클립(CLeaF) 41   



20년 전 누가회에서 온 편지 


*법률 직역의 기독전문인 운동 단체인 CLF는 의료 직역과 교육 직역에서 각각 기독전문인 운동 단체의 길을 먼저 걸어간 누가회(CMF), ‘좋은교사운동’으로부터 운동의 성격과 진로에 관해 도움과 영감을 받기도 했고 위 단체들과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동역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2003년 발간된 회지 ‘기독변호사’ 창간호에 격려사로 실린 박상은 원장님(안양샘병원, 전 CMF 회장)의 글 ‘누가회로부터의 격려, 기독변호사회(CLF)에 바랍니다’을 일부 수정, 생략한 것 외에 거의 그대로 옮겨 실은 것입니다. 20년 전 글이지만 CLF에 대한 기대와 격려는 여전히 유효성과 유용함을 잃지 않은 반면에 CLF에 건넨 제안에는 거의 응답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앞길을 모색하는 CLF에 초심을 되새기는 매개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이 글을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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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하나님의 속성을 공의와 사랑이라고 얘기합니다만, 하나님께서는 오늘날 법조인들을 통해 공의를 드러내시며, 의료인들을 통해 사랑을 베푸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로부터 성직자와 변호사, 의사는 신이 부여하신 성직이라고들 합니다. 이들 전문직은 공통적으로 가운을 걸치는데 이는 단지 멋을 부리기 위한 것이라든가 피나 분비물이 묻지 않기 위해 입는 단순한 옷의 개념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절대자를 대신하여 행하는 대리인이기에 그 행위를 할 때 신의 옷을 걸치고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나약한 인간의 신분으로 어찌 다른 사람을 정죄하며, 다른 사람의 장기를 도려내며, 어찌 성례를 베풀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이러한 전문직에 몸담은 사람들에게는 여타 직종과는 달리 성직에 준하는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사회지도자들의 윤리성이 땅에 떨어진 요즈음, 어쩌면 대다수 국민들은 자포자기하며, 변호사와 의사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돈 잘 벌며 자유로운, 안정된 직업인 정도로 폄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리더십 부재의 시대, 도덕적 지도자를 잃어버린 오늘, 가장 필요한 것은 신앙과 삶이 일치하는, 진정한 섬기는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일 것입니다. 저는 새롭게 시작된 CLF가 우리에게 그러한 모델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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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CLF를 통해 정말 법을 지키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더 이상 유전무죄라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 그러한 정의로운 사회가 건설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저는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리더십 회복을 위하여 CMF와 CLF가 공동으로 기독리더십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기독전문직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때로는 서로를 도전하며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섬기는 자로 훈련시키는 포럼을 개최하며, 나아가 보다 깊이 있게 이를 집중 훈련시키는 리더십센터를 공동운영했으면 합니다. 많은 선교병원들이 1세대 선교사들이 떠난 이후 새로운 리더십이 비전과 미션을 망각한 채 일반 사립병원의 길을 걸으면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교회와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설령 우리 당대에 다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배들은 훌륭한 리더십으로 자랄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CMF와 CLF가 서로 이사를 교환했으면 합니다. 재벌회사도 자신의 이념과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사외이사를 두는 것처럼, 우리의 순수성이 색이 바래지 않도록 외부의 이사를 영입하여 하나님 앞에서 올바르게 비전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셋째, CMF와 CLF가 함께 공동의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의협과 변협이 벌써부터 함께 손잡고 일하듯이 우리가 힘을 모으면 훨씬 잘 할 수 있는 사역들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봉사와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윤리와 관련된 세미나를 함께 개최할 수도 있으며, 필요한 법 제정 캠페인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협력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움받지 못했던 많은 분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더 효율적으로 사회의 그늘진 곳,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업보다도 더 깊이 서로를 알 수 있는 교제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내면의 기도의 시간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다시금 CLF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리며 CLF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하수같이 넘쳐나기를 간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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