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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42호 부부 시 두 편

기독법률가회 0 1296

      CLF 클립(CLeaF) 42   


부부 시 두 편

 

지난 521일은 둘(2)이 한(1) 몸 되는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어느 시인은 “‘부부라는 글자를 유심히 보니 두 팔 벌리고 선 두 그루 나무가 보인다.”고 했습니다(반칠환,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부부의 날을 지나면서 부부됨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부라는 제목의 시 두 편 띄웁니다.

 

 

 

 

부부

 

정가일

 

은사시나무가

온몸으로 비를 맞고 서 있다.

 

그 옆에 나도

온몸에 비를 맞고 섰다.

 

그렇게 우리는

은사시나무가 되었다.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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