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CLeaF) 42호 부부 시 두 편
CLF 클립(CLeaF) 42호
부부 시 두 편
*지난 5월 21일은 둘(2)이 한(1) 몸 되는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어느 시인은 “‘부부’라는 글자를 유심히 보니 두 팔 벌리고 선 두 그루 나무가 보인다.”고 했습니다(반칠환,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부부의 날을 지나면서 ‘부부됨’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부라는 제목의 시 두 편 띄웁니다.
부부
정가일
은사시나무가
온몸으로 비를 맞고 서 있다.
그 옆에 나도
온몸에 비를 맞고 섰다.
그렇게 우리는
은사시나무가 되었다.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