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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46호 용인에서 온 편지

기독법률가회 0 1424

        CLF 클립(CLeaF) 46   


용인에서 온 편지

 

황인규 형제 *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월 강남대학교 정경학부 세무학전공 조교수로 임용된 황인규 형제(성대로스쿨 4, 변시 4)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830분 비전센터에서 있었던 전국대회를 위한 여리고기도회에 참석했다가 편집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최대한 간결하게 저에 대해 소개하고, 근황을 나누려고 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여러 CLF 선배님들 덕이듯, 이 글이 또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감리교 신학대학원에 다니다가 LEET에 응시해서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20121월 신입생 환영예배를 통해 CLF와 연을 맺었고, 학부에서 IVF 생활을 했기에 CLF에서 낯섦보다는 익숙함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 20124회 전국대회부터 작년 14회 전국대회까지 11번 연속 참석했고, 그중 다수는 조장 또는 부조장을 맡았습니다. 2015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서 법무법인 소명,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성균관대학교 리걸클리닉/경력개발센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국회의원 비서관,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다가 20222월 세법학 전공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가천대학교 법학과, 강남대학교 정경학부 세무학전공,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성균관대학교 로스쿨에서 강의를 했고 지난 3월에 임용되어 며칠 전 전임 교원으로는 첫 학기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CLF에도 저를 모르시는 분이 많이 계실 것이고, 그래서 윗 문단이 그분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지난 12월 마지막 면접에서 부총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박사님을 보니 변호사기도 하고, 변리사기도 하고, 세무사기도 하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국회도 경험했고, 그러는 중에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 학위논문까지 완성하고,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우리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잘 맞추어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저라는 사람의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나중에 부총장님께서는 그 문답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했다고 하셨는데, 당시 제 대답은 대강 이랬습니다. “먼저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 좋게 봐주실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 참 감사합니다. 거기 쓰인 제 이력 중 거짓은 하나도 없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저는 경영학사지만 회계사 자격이 없는데, 1차만 붙고 2차를 계속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학부 졸업 후에는 잠시 신학대학원에 가기도 했고, 그러다 영장을 받고 28살 나이에 군인이 되었습니다. 나이 31살에 연봉 2,000만 원 정도를 받으면서 중위로 전역을 준비하고 아버지께서 개척하신 교회의 교육전도사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에 로스쿨에 합격했고, 그 후 10년간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우려하시는 부분은 너희도 하기만 하면 다 할 수 있다, 무조건 하면 된다며 다그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이 대목에서 부총장님 끄덕끄덕). 저는 오히려 시험 준비로 2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시험은 정말 합격할 사람만 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이 어느 직업을 가지든 힘이 될 수 있도록 세법을 잘 가르치겠습니다.”

 

지난 학기를 돌아보면, 아직은 저 약속을 잘 지켜내고 있지 싶습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15학점, 3과목 5분반을 맡아 연인원 200여 명을 가르쳤습니다. 다음 학기에도 15학점, 4과목 5분반을 맡을 예정입니다. 학교 인근 고등학교에 전공 홍보 특강을 다녀왔고, 신임 교원 동기분들과도 친해져서 매월 한 번씩 식사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방학에 교육을 다 받으면 입학사정관으로 위촉될 예정이고, 신임 교원 교육과 행정 업무도 빠짐없이 잘 마쳤습니다. 세무사반 지도도 맡아서 매주 시험을 치는 중이고, 학생들 MT2번이나 함께 다녀왔습니다. 무사히 학기를 끝맺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요즘입니다.

 

그러던 중 자주 떠올렸던 조영래 변호사님의 글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전태일 평전에서 변호사님께서 옮기신 말로,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으면이라는 소원입니다. 저는 제가 아는 한 강남대학교의 유일한 변호사 교수입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동료 교수님에게서도,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도 법률 질문을 받았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자연히 이어 떠올리게 되는 글은 변호사님께서 검사 시보 때 남기셨다는 결심입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제일보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 가족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친절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함을 나타내거나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다른 것은 다 못하더라도 이것만 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겠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면 인간성에 거는 우리의 모든 신뢰와 희망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제가 학교에 있을 수 있는 48개의 학기 중 1학기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처음 면접 때 가졌던 마음, 그리고 조영래 변호사님의 글 2편을 길잡이 삼아서 한 학기, 또 한 학기 성실하게 연구하고 강의하고 봉사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도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저도 훌쩍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교수가 꿈인 분도 계실 것 같아 그 내용만 조금 더 적고 마치겠습니다. 일단은 논문을 쓰셔야 합니다. 저는 경애하는 정선균 형제님을 찾아 뵙고 조언을 구했고, 법학논문 작성법이라는 책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박사 학위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법학에는 연구할 주제가 너무나 많은데 그 주제들을 깊이 있게 연구할 좋은 연구자는 부족하다는 한탄을 많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고 논문을 작성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꾸준히 좋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은 재임용에도 필수적이므로, 교수로 임용되기 전에 반드시 갖추셔야만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박사 학위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박사 학위 취득 직후 많은 강의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대학이 대부분 변호사로 자리를 잡으신 분의 겸임 교수 정도를 제외하면 - 박사 학위 보유를 강사 지원의 요건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교수는 연구하고 강의하고 봉사하는 직업이므로 강의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는데,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가 필요하므로, 결국은 학위를 취득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논문 작성 능력도 기를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CLF에는 훌륭한 분이 많이 계시고, 그분들은 학문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매월 1회씩 논문 소모임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고, 반기에 한 번씩은 새로 학위를 받으신 분을 모시고 학위 논문 작성 노하우를 나누는 세미나도 하고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거나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 coramdeo@kangnam.ac.kr 로 메일 보내주세요. 학위에는 관심이 없으신 분도, 용인 근처에 오신 분은 편하게 연락주시면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고 계실 형제, 자매님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 황인규 형제 : 변호사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경로를 거치다가 올해 3월 강남대학교 교수(세법 담당)로 임용되어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있는 곽새롬 자매와 CLF 성경통독모임을 통하여 부부가 된 CLF 커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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