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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48호 휴전 70년, 화해와 치유의 길을 찾아서 (2)

기독법률가회 0 1077

        CLF 클립(CLeaF) 48    


                  휴전 70년, 화해와 치유의 길을 찾아서 (2)

                                        

 한 번은 로스앤젤러스의 어떤 한인 교회에서 남북 간의 관계에 용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말씀을 마친 후 한 연세 드신 분이 내게 다가와 “한국전쟁 때 목사님은 어디 계셨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상상이나 되십니까? 저는 전쟁 때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 악마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으셨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


 ... 그 노인 분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그런 큰 고통을 당하고도 용서를 할 수 있습니까?”라는 것이었다. 나는 1973년 여름으로 기억을 되돌렸다. 그 해 여름 나는 화해의 사역을 삶 속에서 몸소 실천해 나가고 있던 한 일본인 친구와 함께 일본 각지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남한에서 학생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일본과 남한 두 나라 사이의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 수년을 보냈다. 그는 몇 주 혹은 몇 달씩 남한 전역의 교회와 청년부를 방문하면서 일본이 강점기 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저지른 잔학한 행위에 대해 일본을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며 말씀을 전하곤 했다. 


 그 여름 여행 중에 우리는 히로시마에 가게 되었다. 우리는 1945년 첫 번째 핵폭탄의 참사를 겪은 히로시마에 사는 한 연세 지긋한 부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부인은 원자폭탄으로 인한 방사선 때문에 발병한 암으로 인해 죽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부인과 남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잔악한 행위의 한 몫을 미국인들이 담당했음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온유한 부인은 바로 미소를 지으며 “아, 그거요? 저는 당신들을 오래 전에 용서했어요. 그렇게 큰 고통을 당하면서 어떻게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부인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핵폭탄이 투하될 당시 그녀는 30살의 젊은 고등학교 교사였다. 아침 8시쯤 학교에 출근하기 전 기도와 묵상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방이 폭파되더니 지붕이 완전히 날아가고, 벽들이 무너졌으며, 집안의 모든 것은 날아가 버리거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녀 혼자만 손에 성경을 든 채로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집은 완전히 무너졌고 그녀의 가족과 가르치던 학생의 다수가 그날 즉시 숨졌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충격과 고통 가운데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 가운데 그녀는 주님께로 돌아섰고, 주님 안에서 피난처를 발견했다. 곧 그녀는 자신의 무력함과 무능함으로부터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고,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에 손을 뻗어 그것을 만지고 치유를 받았다. 그녀는 가족과 나라, 또한 자신의 적이었던 미국을 위해 더욱 뜨겁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나님의 은혜로 바울이 빌립보서 3장 10절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적을 용서함으로써 하나님이 보내신 화해의 대사가 되었다.

 

 “그렇게 큰 고통을 당하면서 어떻게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때까지 나는 늘 그 반대만을 생각해 왔었다. 그렇게 큰 고통을 당했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예수님께 복종시키는 비밀을 배웠던 것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했으며 따라서 평안하게 용서할 수 있었다.


 너무나 큰 고통을 당했기에 용서할 마음 먹기가 너무 힘들었던 그 노인 분을 만났던 로스앤젤레스에서 나는 “그렇게 큰 고통을 당하면서 어떻게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던 부인의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용서의 비밀을 깨달았다. 용서로 들어가는 열쇠는 바로 고통이었다. 고통을 겪지 않은 자들은 용서를 선포할 수는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서가 우러나오지는 못한다. 또한 심한 아픔과 고난을 겪었다 해도 그 아픔을 나누시는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용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마음을 하나님께 열고 그분을 우리 고통 가운데로 심지어 우리의 깨어진 마음과 상처 입은 영혼의 고뇌 가운데로 모셔 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고통을 이해하시고 그것을 능력 있는 도구로 변화시키시는 예수님을 알게 된다. 예수님이라는 동반자를 통해 우리는 적까지 용서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국가들을 변화시킬 새 역사를 함께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 오대원,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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