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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51호 “다시 너를 이 법원에서 만나지 않는 게 나의 바람이야.”

기독법률가회 0 1281

          CLF 클립(CLeaF) 51    


다시 너를 이 법원에서 만나지 않는 게 나의 바람이야.”

 

김승혜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편집장님으로부터 소년재판에 대한 소개를 부탁받고,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기도해보았습니다. 소년재판 국선보조인으로서, 제가 만난 아이 중 A라는 보호소년과 함께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소년재판을 소개하려 합니다.

 

소년법 용어 간단 설명

 

소년범의 경우, 형사절차상 피고인을 보호소년이라고 하고, 변호인을 보조인이라고 합니다.

소년범은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소년법 제4). 죄를 범했으나 형사 유죄판결을 내리기보다는 보호소년이 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가 필요한 경우, 형법상 유죄판결을 받아 마땅하지만, 보호소년의 나이가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경우, 10세 이상의 아이가 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경우(우범소년)입니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있습니다(소년법 제2). 소년범 국선보조인은, 보호소년의 유무죄를 넘어 보호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치유적, 목양적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년재판 절차를 간단히 설명하면서, 이를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1. 소년보호 국선보조인 선정 직후 체크해야 할 포인트

 

소년범 국선보조인으로 선임되면, 법원으로부터 사무실로 국선보조인 선정결정문이 송달됩니다. 그러면, 제 경우는 즉시! 재빠르게! 가장 우선적으로! 한 가지 사항을 빠르게 파악합니다. 그건 바로 보호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 등 보호기관에 있는지 여부입니다. 왜냐하면, 소년보호사건의 경우, 국선보조인 선정 후 심리기일 간의 간격이 길지 않은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만약, 기록 열람·복사를 통해 비로소 보호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 등 보호기관에 있는 걸 알게 된다면, 국선보조인이 심리기일 전에 보호소년 접견을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년재판의 경우, 보호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다 하더라도 접견의 목적을 사실관계 확인에 둔다면 접견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접견을 갈 것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접견을 가면 보통 보호소년들은 분류심사원으로 접견 간 저를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는 경우가 아주 높고, 회개하라는 저의 요청을 복음(Good news)’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소년과의 라포가 잘 형성되기에, 저 스스로가 보호소년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건전한 삶으로 걸어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보호소년과 보호자 면담

 

보호소년의 소재를 파악한 후, 저는 두 가지 일을 진행합니다. 보호소년 및 보호자 면담 일정 잡기, 기록 열람·복사 신청입니다.

 

만약 심리기일이 촉박하다면, 해당 재판부에 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하면서, 보호소년 또는 보호자의 연락처를 먼저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보호소년 A는 분류심사원 등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A를 처음 만났을 때, 큰 몸집에 팔다리 옷 끝으로 보이는 살 대부분에 화려한 문신을 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A는 무리를 지어서 오토바이를 훔친 후,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였습니다.

 

A를 처음 만나기 전, 성인이라 해도 죄질이 좋지 않은 편이라 아이를 어떻게 따끔하게 혼내서 정신을 차리게 할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A를 보자마자 저의 그 마음을 회개하였습니다. A는 말수는 적었지만, 저를 바라보는 눈에서, 적은 그 말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A는 운동을 하다가 몸을 다쳐서, 좋아하는 운동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꿈을 잃고 방황하다가 몸집도 크고 하다 보니 불량한 무리에 끼기가 쉬웠고,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 싫어서 어울려 행동하다 보니 어느새 이러한 범죄행위를 앞장서서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A와 대화를 해나갔습니다. A에게 앞으로 그 무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하고, 앞으로 본인의 인생 계획(: 검정고시 준비, 진학 준비 등)이 어떻게 되는지도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A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님께 A가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삶으로의 회복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를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단지 이 사건을 맡지만, 이 사건 진행 중과 그 이후는 부모님이 A를 보호해 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통상 부모님 면담도 진행합니다. 저는 A의 부모님이 과거 A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부모님께서도 반성문을 작성하실 것을 요청했고, A의 향후 결단과 계획을 돕기 위해 부모님은 무엇을 하실 예정인지 양육계획서 작성을 해보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통해 A가 이 사건이 끝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가길 간절히 기도 올려드립니다.

 

이렇게 국선보조인은 보호소년 및 부모님과 함께 보호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어떻게 법이 도와갈지를 찾아갑니다.

 


3. 의견서 제출하기

 

소년재판의 경우, 유무죄를 가르는 것보다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큰 방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조인은 의견서를 작성할 때 일반 형사 의견서처럼 유무죄 및 양형 위주의 의견서보다는 보호소년이 어떻게 비행을 뉘우치고 향후 어떻게 건전한 사회일원으로 커갈 것인지, 이러한 취지에서 보호소년에겐 어떠한 처분이 적합한지를 잘 피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위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건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보호소년에게 반성문, 나의 삶 계획서 등을 작성해볼 것을 요청하고, 부모님께도 반성문과 양육계획서를 요청드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법원에 제출합니다.

 

그리고, 보호소년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어서 형사재판으로 판단 받을 경우 무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저는 유무죄를 다투어 무죄를 선고받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이 사건이 소년재판까지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면을 피력하면서도, 그 취지가 단순히 나는 죄가 없다가 아니라, 보호소년이 이런 소년재판절차에까지 발을 담그지 않도록 본인의 삶을 어떻게 교정할 것인지를 함께 찾아가고, 그 사항을 담아 의견서에 억울한 부분을 피력합니다.

 


4. 심문기일

 

소년재판 심문기일에 가면, 보통 소년재판은 비공개재판입니다. 따라서 보조인과 보호소년, 보호자 정도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조인은 A의 반성, 향후 건전하게 성장하려는 계획 등이 담긴 의견서를 진술하고, 이러한 취지에서 보호소년에게 어떠한 처분이 적절할지 진술을 합니다.

 

통상, 소년재판의 경우 통상 심문 종결 즉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합니다(이 포인트를 모르시고 심문기일 출석하시고 놀라시는 변호사님들 좀 있습니다. 보호소년에게 사전에 알려주시는 게 필요해요). 따라서 보호시설 감호위탁이나 소년원 송치 결정이 난다면, 법정구속처럼 바로 그 자리에서 기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보호소년에게 사전에 이런 점을 단단히 일러두면, 보호소년으로 하여금 심문기일 출석 시 더 절박하게 반성케 하는 은혜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A는 깊이 참회하며 보호자 감호위탁(보호자가 보호소년을 잘 돌보는 것),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습니다(아주 경미한 처분입니다). 법정을 나오며, A의 참 부모 되신 주께서 A의 마음과 삶을 바르고 안전하게 보호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를 올려드립니다. 그 마음으로 A에게 우리 다시 여기서 만나지 않는 거야.’라고 약속을 하고 축복하며 헤어집니다.

 


5. 재범의 경우

 

이미 말씀드렸듯,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선보조인은 보호소년의 과거 삶의 모습을 목양적, 치유적 측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향후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선보조인은 보호소년, 보호자와 치유적 측면의 라포가 형성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저의 경우, 국선보조인으로 담당한 보호소년이 재범을 하였을 때, 저에게 사건 배당이 되곤 했습니다. 심문 계속 중에는 기존 사건과 병합하여서, 심문 종결 후 보호기간 내에는 집행감독사건으로, 보호기간 종료 후엔 별건으로요.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부로부터 또 우편이 왔습니다. 열어보니, A가 재범을 한 것입니다.

 

분명 그때 주님께 다 올려드렸는데.. 분명 참회하면서 다시는 비행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같이 결단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A를 만납니다. A가 한 번에 변화받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왜 재범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애끊는 마음으로 같이 찾아갑니다. 그런데, A는 그 후 3번이나 더 재범을 하였습니다.

 

주님, A가 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제가 A의 국선보조인으로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닌지 자책감도 듭니다. 죄인을 위해 오신 주님, A의 마음과 인생을 안전하고 바르게 인도해주십시오.’ 간곡히 기도를 올려드립니다. 저의 마음과 달리 A는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진 마냥 처음보다는 그 긴장감이 시들시들합니다.

 


6. 심문 종결 및 처분

 

위에서 말씀드렸듯, 소년재판의 경우 심문 종결 즉시 그 자리에서 처분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A는 결국 소년원 송치처분이 되었습니다.

 

심문기일에 들어갈 때는 A A 부모님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심문이 종결되고는, A는 마치 법정구속이 되듯 소년원 담당자에게 이끌려 갑니다. 부모님과 바로 이별인 거에요. A는 깊은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법정에 나와서 A 부모님을 다독이며, 접견 가는 방법 등을 설명 드립니다. 저는 부디 A의 참회의 눈물이 진실되기를, A가 소년원에서 잘 지내고 다시는 법원에 서는 일이 없기를주님께 A의 인생을 올려드립니다.

 


7. 에필로그: 급행 전화

 

어느 날, 저에게 소년부 재판부로부터 다급히 전화가 왔습니다. ‘OO사건인데 분류심사원에 있는 아이(죄질이 좋지 않다는 뜻)에요. 다음 주가 심문기일인데 국선보조인으로 선정해도 될지, 기일은 촉박한데 할 일이 많은 사건이라 죄송한 마음에 전화했습니다.’라는 취지였습니다. 급행사건인 거죠ㅎㅎ

 

국선보조인이 일주일 내에 해내야 할 미션이 많은 사건이에요. 접견도 가야 하고, 기록 검토, 부모님 면담, 의견서 제출까지요.

 

그때 주님께서 제게 주신 마음은 이 아이를 환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릇이 아주 아주 아주 작은 사람이기에, 저로서는 가질 수 없는 마음이니 주님께서 주신 마음인 게 확실합니다.^^

 

주님께서 제게 주신 마음으로 재판부 담당자에게 답변하였습니다. ‘보호소년들을 만나면, 제가 왜 법률가가 되었는지 초심을 기억하게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렇게 급한 사건 있으면 미안해하지 마시고 저에게 전화 주세요.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요.

 

그 후로 초초 급행사건들이 좀 오곤 했습니다ㅎ. 보호소년의 비행이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분명 제 앞에서 눈물로 회개했는데 또 저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사랑하시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배워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지금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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