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CLeaF) 52호 정전 70주년과 한국 교회의 화평 사역

            CLF 클립(CLeaF) 52호    

정전 70주년과 한국 교회의 화평 사역

김회권 목사(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 이 글은 한반도평화연구원(KPI)에서 발행하는 ’KPI 이슈브리프‘ 36호(2023. 7. 28.)에 실린 글을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위 원글을 룩 단톡방에 올려주셔서 원글의 존재를 알게 해주신 양승원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원글 전문은 첨부 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정전 70주년의 빛과 그림자

... 정전 체제 70년이 우리 겨레 모두에게 끼친 피해와 손상은 막대하다. 첫째 남북한 공히 군사국가가 되었고 국방비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해 오고 있다. ... 둘째, 남북한 적대적 대치는 북한의 병영국가화와 장기간에 걸친 인권 탄압을 초래했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오랫동안 저해했다. ... 셋째, 북한의 핵무장으로 ... 한반도는 ... 국지적 핵전쟁 발발 가능지역으로 운위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불완전해 보이는 정전 체제가 지난 70년간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의 발전에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다. 남북한은 각각 분단체제의 수동적 희생자로만 머문 것이 아니라, 이 파도를 뛰어넘는 응전을 감행해 왔다. ...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여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문화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동참했다. 북한 또한 자신의 기준으로는 대단한 경지에 올랐다. 끝내 핵무장국가로 발돋움함으로써 재래식 전쟁이 한반도에 돌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레버리지를 확보했다고 호언하고 있다. ... 남북한은 태평양으로 나가려고 하는 일대일로의 중국과 태평양을 봉쇄하려고 하는 미국 사이를 오가며 양강의 예각적 충돌울 방지할 수 있는 완충국가적 열쇠국가가 될 여지가 있다.

... 19세기 조선은 압도적 질량과 중력을 가진 중국 항성권과 신흥대국으로 부상하는 일본 항성권에 노출되어 있었다. 19세기 조선의 비극은 두 개의 항성권 국가의 대결에 끝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우리 조국을 이 문제로부터 70년 동안 자유롭게 해줬다. 친중적 북한과 친미적 남한은 두 개의 다른 항성 궤도를 역할 분담하듯이 돌았기 때문에 19세기 말 조선의 비극을 답습하지 않을 수 있었다. ... 정전 체제는 불완전하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고 있다. ... 한반도에 단일통일정부가 들어섰을 때 발생하게 되었을 단일 항성권 편입사태라는 재앙을 정전 체제가 나름대로 예방해 왔던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 남한은 지급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친중이냐 결미(結美)-연일(連日)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평화를 만드는 하나님 자녀들’의 공동체로서 한국교회의 중보자적 위상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멀고 먼 평화 - 개신교 근본주의와 멸공응징적 6.25 전쟁 기억법

... 올해 6월 한국전쟁 발발 74주년에도 한국교회 대부분은 멸공적 북한응징적 한국전쟁 회고에 몰두했다. ...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아직도 공산주의 정권을 절대 근본악으로 간주하여 멸절하기까지 승리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세계역사를 선과 악의 대결로 보는 근본주의 종말론으로 무장한 일부 미국 선교사들의 신앙 전통과 체험적 반공주의를 안고 월남한 서북지역 기독교인들의 신앙 기상이 가져온 반공이데올로기적 영향 아래서 한국교회는 놀랍게도 한국전쟁 정전회담 자체를 반대했다. ... 이처럼 한국교회 주류에는 한국전쟁의 휴전마저도 반대한 멸공적 기상으로 충천한 신앙 흐름이 있다. 오늘날 태극기부대도 이런 신앙 흐름의 연장에 있다. ...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이 멸공적 승리주의 신앙 기상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주신 평화의 복음이 결여되어 있다. ... 성경의 하나님은 당신에게 등을 돌린 원수된 죄인들에게 독생자를 내어주심으로써 세상과 자기를 화목케 하셨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죄에 진노하시지만 그 진노의 극한에서 긍휼로 돌이키는 자기반전을 감행하시는 자기반전적인 하나님이시다. ... 하나님의 진노와 징계, 연단과 훈육의 기간이 끝나면 하나님의 소생과 위로가 시작된다. ... 실로 남북의 적개심은 이제 결승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민족전멸의 핵전쟁 참화가 현실이 될 것 같다. ...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절망만이 선택지이다. .... 그러나 감사하게도 살아계신 하나님은 한반도가 핵전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주실 최후보루이시다. ... 한국교회는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보좌를 따라 도는 행성이 됨으로써 한반도를 핵전쟁의 참화 시나리오로부터 예인해 갈 수 있다.

복되도다! 화평케 하는 자들이여!

... 한국전쟁의 기억이 평화를 불러내는 ‘변혁적 기억“이 되려면 신학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은 분단체제의 파괴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심오한 애휼심으로 나타난다. 요한계시록의 종말전쟁에서 중요한 원리는 자기희생적 평화로 악을 이긴다는 것이다. ... 한국전쟁은 어리석은 과거지사가 아니라 평화로운 한국, 정의로운 한국을 건설하라고 하는 아우성이다. ...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죽음을 의미있게 기리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전쟁의 악몽을 초극하는 평화가 한반도와 그 주변을 지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