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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57호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2

기독법률가회 0 1334

                  CLF 클립(CLeaF) 57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2

 

최수헌 형제

 

1. 아빠의 육아휴직

20202월 아내가 전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서 당시 만 4세이던 시온이는 아내와 함께 전주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과 함께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저는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 휴직이었기에 고민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새벽 630분이면 일어나 밥을 짓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만들었습니다.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난 시온이에게도 밥을 먹이고, 예쁜 옷도 입혀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습니다. 가끔 아내가 바빠서 너무 일찍 출근해야 할 때는 제가 직접 시온이 머리도 묶어주었는데, 그런 날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한 번에 알아보시고 오늘은 시온이 아버님이 머리 묶어주셨나 봐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시 예쁘게 묶어줄게요.” 하셨습니다. 제 눈에는 비슷해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채시는지 신기했습니다. 시온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다보면 금방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아하게 커피도 한잔 마시고, 독서도 좀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흐르던지요.

가끔은 어린이집 땡땡이도 치고, 아이를 데리고 숲놀이터, 바닷가, 전주한옥마을, 어린이박물관 참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알아주듯 시온이는 하루하루 신나게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매일 오후가 되면 시온이와 함께 집 근처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는데, 당시 만난 동네 어머님들과 저녁 준비는 하셨나요? 오늘 반찬은 뭐에요?” 이야기를 나누며, 육아 및 살림 비법을 많이 전수받기도 했습니다.

 

2. 시온이의 간절한 기도

육아휴직 이후 저는 다시 회사로 복귀를 하게 되었고, 가족들과는 매주 주말에만 만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동료들은 주말부부라니 정말 좋겠다.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다.”라며 저를 부러워했지만, 정말이지 저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보통 금요일 밤 늦게 전주에 도착해서,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함께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전주를 떠나야 했는데 시온이는 매번 아빠와의 작별 인사를 힘들어했습니다. 가지 말라고 우는 날이면 정말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했었기에 아빠와 정이 너무 많이 들어버린 시온이에게 매주 이틀만 볼 수 있는 아빠와의 시간은 너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시온이에게 시온아. 그렇게 아빠랑 인사할 때 시온이가 울어버리면, 아빠가 마음이 너무 아파.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웃으면서 씩씩하게 인사해줄래?” 하고 당부를 한 적이 있는데, 고작 4살이던 시온이는 그 이후부터는 울지 않고 웃으면서 아빠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애써 눈물을 참으면서 인사하는 아이가 사실은 더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시온이의 눈망울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기억나서, 아이 몰래 저도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주말이면 아내, 시온이와 함께 저녁시간에 큐티아이(어린이 큐티책)을 하며 가족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마지막에는 꼭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꼬마 시온이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기도제목은 아빠와 3일 동안 함께 잠을 자는 것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꼭 아빠랑 이번 주에는 두밤 말고 세밤 자게 해주세요.”

 

3. 아빠와 시온이의 ABC 공부

그렇게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여가 지났습니다. 4살이던 시온이는 6살이 되었고, 제법 키도 크고 의젓해졌습니다. 아내는 4년 동안 전주에서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2년 동안 주말 부부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고, 참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국비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보내주는 제도를 알게 되었고, 아내와 상의 후 저는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지금도 제가 정말 미국에 유학을 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바로 영어였습니다. 영어가 귀에 들리는 것도 싫어서 영화관에 가도 한국 영화만 봤던 저였습니다.

로스쿨 합격 커트라인을 넘기기위해 3달 동안 15번도 넘게 TOEFL IELTS 시험을 보고, 영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준비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고, 이것이 혹시 나의 욕심은 아닌지 스스로를 여러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마음에 준비하게 되었던 미국 유학이었지만, 기도로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은 어떤 것일지 잠잠히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20223, 기다리던 합격통지 소식을 받게 되었고(아무래도 하나님께서 시온이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아빠를 닮아 어릴 때부터 영어를 싫어하던 시온이는 갑자기 ABC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면 바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야 했기에, 아내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시온이를 붙들고 열심히 영어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온이는 겨우 알파벳과 몇몇 영어 단어를 아는 상태에서 20229월 미국 공립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자기 키만큼 커보이는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화장실을 가지 못해 실수를 할까 봐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를 몇 번을 알려줬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미국에 온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감사하게도 시온이는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영어가 잘 안들리는 상황에서 시온이가 대신 통역을 해주기도 하고, 저의 발음을 고쳐주기도 합니다. 다만 시온이는 아빠 우리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건 엄마야. 그 다음은 나야. 아빠는 세 번째야. ”하고 저를 놀리고는 합니다.

 

4. 전도하는 시온이

저희 가족은 미국에 와서 워싱턴중앙장로교회(KCPC)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시온이도 좋은 전도사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게 주일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온이는 항상 저와 아내에게 질문을 합니다. “아빠, 엄마 오늘 어떤 말씀을 들었어? 나는 오늘 베드로 이야기를 배웠어. 베드로가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는 ~~ ” 보통은 엄마, 아빠가 자녀에게 물어보는데, 거꾸로 물어봐 주고, 나눠주는 시온이 덕분에 더 열심히 설교 말씀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시온이의 주일학교 표어가 가서 제자삼으라였습니다.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전도사님의 말씀을 너무 잘 들은 시온이는 정말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복음을 전합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하루 누구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신나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빠. 내 친구 세일러도 나처럼 기독교인이래.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예수님을 알면 좋겠어.” “아빠. 내가 스쿨버스 같이 타는 에드바한테 예수님을 전했는데, 에드바는 알라를 믿는대. 내가 알라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했는데 에드바가 싫대. 어떻게 하지?”. “아빠 내가 우리반 애들한테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말했더니, 그게 무슨 나라냐고 물어본다. 웃기지? 자기는 인디언인데 크리스트라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그래서 내가 설명해줬어.” “아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는 법이 있으면 안 될까? 왜 그런 법이 없는 거지? ”

시온이는 이제 고작 7살이지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저보다 훨씬 더 깊고 큽니다. 직접 그림을 그려 정성껏 전도지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복음을 전하고, 부활절에는 직접 만든 달걀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며 예수님을 전하는 시온이. 제 눈에도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하나님 보시기에는 얼마나 이 아이가 사랑스러우실까요. 저는 혹시라도 관계가 어색해지고 불편해질까 봐 수만 가지 이유를 대면서, 로스쿨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망설이는데 시온이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수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눕니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태복음 18:3-4)

저 또한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기를, 그 마음이 너무 뜨겁고 감사해서 이웃들에게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5. 걱정하지 않는 아빠

한 달 전쯤 한국에서 놀러 오신 어머니, 조카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랑케스터에 있는 Sight and See 극장에서 모세뮤지컬을 보고 저녁 8:30쯤 집에 돌아왔습니다. 간단하게 어른들은 라면을, 시온이에게는 짜장라면을 끓여주고, 저녁을 다 먹고 나니 어느덧 밤 10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좀 더 책을 읽고 싶다는 시온이에게 그래도 밤이 늦었으니 얼른 자야 한다며 잠자리에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잠이든지 몇십 분쯤 흘렀을까요, 갑자기 기침을 하던 시온이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짜장라면을 먹고 소화가 채 안 된 상태에서 침대에 누웠던 것이 체했던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먹은 모든 것을 게워내었고, 저와 아내는 시온이 등을 두드려주며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온이가 말을 하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고 아이의 몸은 축 늘어졌습니다. 아내와 함께 계속 시온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이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순간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호흡이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되었고, 하임리히법으로 기도를 막은 토사물을 뱉어낼 수 있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시온이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아내는 급하게 911에 전화를 하고, 저는 시온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몇 번의 심폐소생술 이후 시온이는 캑캑 소리를 내며 다시 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저와 눈도 맞추고 졸리다고 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911 구급차가 도착해서 구조요원들이 시온이의 상태를 봐주셨고, 우선은 호흡도, 맥박도 정상이니 아침에 소아과를 가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시온이는 5분 정도 의식을 잃었던 것인지,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방문한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서도 스트레스와 피로로 아이의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일시적인 경기를 일으킨 것 같으니 너무 염려하지는 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의식을 잃었던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저의 세상도 멈춘 것 같았습니다. 혹시라도 이대로 아이를 하나님 품으로 보내게 될까 봐 얼마나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이후로 일주일 동안, 아내와 저는 밤마다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았습니다. 혹시라도 아이가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6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간 둘째 온유처럼 시온이마저 그렇게 보낼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수헌아.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시온이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그 아이를 사랑한단다. 시온이는 너의 자녀이기 전에 나의 자녀란다. 내가 시온이를 항상 지키고 돌보고 있단다.” 하나님의 그 음성이 얼마나 따뜻하고 위로가 되던지요. 불안함, 걱정 및 모든 두려움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시온이를 사랑하시고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아이와 함께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고, 저 역시 아이를 사랑하며 조금씩 부모님의 마음을, 나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배우며 살아갑니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하나님의 풍성하신 사랑과 은혜가 오늘 이 순간, 우리 CLF 형제, 자매님들의 삶 가운데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P.S - 당시 시온이를 위해 사랑하는 CLF 형제, 자매님들께 기도를 부탁드렸었고, 그 기도의 힘으로 시온이는 다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지면을 빌어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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