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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58호 악은 실재하는가?

기독법률가회 0 1194

                  CLF 클립(CLeaF) 58    

 

악은 실재하는가?

 

사실 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기독교 신학과 다른 세계관이 갈라지고, 기독교 안에서도 사람의 죄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느냐에 따라 정통주의니 자유주의니 신정통주의니 하며 갈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앎과 믿음의 문제, 이성과 계시의 문제, 얼과 물질의 문제, 아가페와 에로스의 문제, 신의 도성과 땅의 도성 문제 따위가 결국 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거스틴의 기본 생각은,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면 악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느껴질 뿐이다. 악은 쳐부술 것이 아니라 선을 쪼이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세상을 지나치게 낙관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을 안고 들어가는 세계관이다. 살아 있는 모든것을 그 바탕에서 긍정하는 자세다.

그러면 어거스틴은 이 세상에서 악한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악의 현실을 뚜렷하게 말한 신학자도 드물다. 다만 악의 핵심은 사람의 죄다. 악의 세력을 사람과 동떨어진 무슨 귀신이니 마귀니 하는 이원론으로 몰고 가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이다. 다 사람이 자초한 일이다. 사람의 죄는 얼마나 뿌리 깊은지 죄짓지 않을 가능성이 없다”(non posse non peccare). 세상이 얼마나 타락했으며, 그런 세상 속에서 살려면 얼마나 죄를 지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고 본 그의 긍정은 죄짓지 않을 가능성이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 말이다. 악은 뿌리 깊고 세력을 떨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비뚤어지고 엉망인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운데서도 삶을 긍정하고 선의 승리를 보려는 외침이다.

 

- 양명수, 오늘의 어거스틴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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