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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61호 시온이네 가족(최수헌 형제, 곽지영 자매) 이야기 3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기독법률가회 0 1062

                    CLF 클립(CLeaF) 61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3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최수헌 형제

 

1. 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Where are you from?”입니다. “나는 작년 여름 한국에서 왔고 이제 이곳에서 지낸 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고 말해주면, 다음으로 사람들은 미국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매번 대답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보통 저의 처음 대답은 한국에 살 때보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아. 그때는 나도 아내도 너무 바빠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었거든이고, 두 번째 대답은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 요즘에 가족들과 함께 트레일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것이 나의 새로운 취미야입니다.

사실 저는 방금 전에도 아내와 함께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동네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산책을 했습니다(‘All trails’ 앱을 이용하면, 근처에 있는 트레일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별로 검색도 가능하고, Kid friendly, Dog friendly와 같이 특성에 따른 검색도 가능합니다. 혹시 미국으로 여행 오시는 분들은 이 앱을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 좋게도 산책길 입구에서부터 나무 열매를 먹고 있는 사슴을 만났고, 겨울 식량을 미리 비축하려 열심히 도토리를 모으고 있는 다람쥐도 자주 만났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시온이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빨갛고 노오란 낙엽도 몇 장 주워서 주머니에 담아 왔습니다.

집 근처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도 많아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시온이와 함께 공원에 있는 산책길도 걷고, 자전거도 탑니다. 특별한 놀이감이나 화려한 영상이 없어도 이렇게 자연을 벗 삼아 누리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저 또한 시온이와 함께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 참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2. 비 오는 날 우산을 안쓰는 이유


미국에 와서 깨닫게 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상당수의 미국 사람들이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주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면 보통은 그냥 자연스럽게 비를 맞고 다닙니다. 처음에는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다녔는데, 요즘에는 혼자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튀는 것 같아서 가끔씩 비를 맞기도 합니다. 머리 위로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다 보면, 어렸을 때 비를 맞으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기억도 떠오르고 은근히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높은 날이면, 뿌연 하늘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다녔고, 비가 오면 차가 너무 더러워져서 비 오기 전날 세차라도 했으면 그렇게 마음이 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산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부러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공기가 참 맑고 좋습니다. 일 년 내내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공기가 좋아서인지 한국에서 비염 때문에 콧물을 흘리며 고생하던 시온이도, 이곳에 온 이후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원래 하늘이 이렇게 파랗고 아름다웠었나 문득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이곳에서는 비가 오면 차가 아주 말끔하고 깨끗하게 세차가 됩니다. 아마도 공기가 맑아 내리는 비도 깨끗해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에 조금 먼지가 쌓이면 아내와 함께 하나님이 빨리 비를 내려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나님께서 보너스처럼 주시는 비 덕분에 저는 일 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돈을 주고 외부세차를 한 적이 없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3. 캠핑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강으로, 바다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다녔던 아내와 다르게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신혼 때부터 함께 캠핑을 가자고 했었지만, “뭐하러 잠을 불편하게 밖에서 자요. 나는 진짜 안 하고 싶어.”라며 수없이 거절을 했습니다.

올해 봄, 휴일이라 시온이도 저도 학교를 안 가게 되었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고 싶어 숙소를 검색하는데 숙박비용이 너무 비쌌습니다. 도저히 그 돈을 주고 비싼 호텔에서 묵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수도 없어 고민하던 찰나에 아내가 옆에서 넌지시 텐트를 사서 캠핑을 해보자고 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지만, 하루에 4만 원 정도면 캠핑 사이트를 예약할 수 있고, 우리가 아낄 수 있는 숙박비용으로 고기를 사서 맛있는 바비큐를 해먹자는 아내의 논리적인 변론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미처 잊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7년이 넘게 변호사였다는 걸... 그녀는 아직도 참 설득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부랴부랴 캠핑 사이트를 예약하고 코스트코에서 텐트도 구입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작은 그릴도 하나 사고 그렇게 첫 캠핑을 떠났습니다.

야심차게 차콜에 불도 붙이고,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을 구우려고 하는데 집게를 깜박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나무젓가락으로 고기를 굽고 맛있게 익은 고기를 자르려는 찰나에 가위를 또 깜박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통 삼겹살을 먹으면서 시온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고기가 참 맛있는데 너무 커서 삼키기가 힘들어. 내가 사자가 된 기분이야.” 첫 캠핑이라 준비가 좀 부족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기본적인 것들을 놓고 오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는데, 아내도 저도 웃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들을 주워서 불멍도 하고, 미리 준비해간 고구마와 마시멜로우도 구워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반딧불이를 수십 마리쯤 보고, 쏟아질 듯 많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내와 시온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속으로 ,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을 하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낭도 없이 집에서 가져간 이불을 돌돌 말고 오들오들 떨면서 잠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숲속에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라면 국물 한모금에 몸의 냉기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숲으로 바다로 강으로 캠핑을 다니고 있습니다. 숯불에 구워 먹는 스위트콘(미국 옥수수는 한국 옥수수와 다르게 별도로 간을 하지 않아도 정말 달콤합니다)은 정말 최고의 별미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사랑하는 CLF 형제, 자매님들과 서로의 캠핑 노하우를 나누며 함께 불멍(불을 보며 멍때리기, 영어로는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은 없지만, ‘spacing out while staring at the fire’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4. 국립공원 이야기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Genesis 1:1”

성경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광활하고 드넓은 대자연을 바라볼 때, 그분의 위엄과 영광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에는 총 63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관광으로 많이 찾는 그랜드캐년이나, 옐로우스톤도 모두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는 보통 25~30불 정도인데, 연간 회원권 개념인 Annual pass80불에 구입하면, 1년 동안 자유롭게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작년 여름 이곳에 도착하고 지인의 추천으로 연간 회원권을 구입했고, 지금까지 요세미티,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 올림픽국립공원, 글레이셔국립공원, 아치스국립공원, 조슈아국립공원, 그랑테턴국립공원, 나이아가라폴스, 셰난도아, 옐로우스톤 등 15곳이 넘는 국립공원을 방문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각각의 국립공원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드리고 싶을 만큼 너무 좋은 경험이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그랜드캐년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가족들과 함께 그랜드캐년 South rim에 방문했습니다. 방문자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절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평소 즐겨 부르던 찬양의 가사가 끊임없이 제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숲속이나 험한 산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찬송가 79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에는 트레일이 많이 있는데, 저는 그중 캐년의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브라이트앤젤 트레일을 걸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숲속 길을 걷는 트레일과는 다르게 브라이트앤젤 트레일은 캐년의 가장자리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깊은 협곡을 걷는 길입니다. 조금만 발을 헛딛으면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을 감수하기는 해야 했지만, 수억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대협곡의 절경이 주변의 굽이굽이 흐르는 강, 푸른 하늘과 함께 기막힌 경치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랜드캐년의 석양을 감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숙소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셔틀버스의 기사님이 안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방금 전에 아름다운 석양을 모두 보셨나요? 마음에 드셨나요?” 승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듯한 여러 승객들의 들뜬 표정속에서, 그들 또한 나와 같은 감동을 맛보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기사님은 나지막한 소리로 안내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저도 아주 기쁩니다. 사실 나의 보스가 여러분을 위해 오늘 이 멋진 경치를 준비했거든요. 나의 보스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나요? 그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 순간 저의 마음속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시편 95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랜드캐년에서 복음을 듣게 되다니요, 이보다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땅의 깊은 곳이 그의 손안에 있으며 산들의 높은 곳도 그의 것이로다. 바다도 그의 것이라. 그가 만드셨고 육지도 그의 손이 지으셨도다.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 시편 954~6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께 감히 한 가지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잠시 시간을 내어 가을 하늘의 구름들을,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을, 길가의 꽃송이들을 잠시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 아름다운 피조물들을 통해,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내 딸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 이 해와 달과 별을 지었듯이, 내가 너를 지었노라.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 가운데 절절한 하나님의 사랑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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