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CLeaF) 63호 왜 소예언서를 읽어야 하는가

왜 소예언서를 읽어야 하는가

... 소예언서를 맞닥뜨리면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오라’는 한 가지 주제만 줄기차게 반복한다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미래의 예언은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다는 정도로 생각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취됐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

소예언서를 한 권의 통일된 책으로 볼 때, 나는 거기서 소예언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소예언서의 메시지가 율법과 믿음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고, 믿음의 삶을 살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 때문이다. 소예언서에서 믿음은 경외(말 3:16)와 성실(합 2:4), 겸손(습 2:3; 3:12) 등으로 나타난다. 보통 믿음은 하나님을 바라고 의지하는 것 정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소예언서의 통일된 문맥에서 믿음은 공의와 인애와 의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믿음을 공로를 쌓기 위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박국은 공의와 인애와 의를 성실의 관점에서 말한다. 그리고 바울은 믿음을 하박국의 성실에 대입하여 설명한다(롬 1:17). 소예언서에서 믿음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인애)을 절실하게 체험한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하여 하나님을 향한 사랑(인애)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랑은 외부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공의다. 믿음은 바로 이러한 인애와 공의로 함축된다. 물론 공의는 때로는 율법적 행위와 동일시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율법적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의는 율법의 지향점이다. 공의는 하나님을 향한 인애의 또 다른 표현으로,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외부적 행동을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공의와 인애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런 공의와 인애의 모습이 지속되는 상태가 바로 ‘의’다.

... 그동안 한국 교회는 값싼 은혜에 안주하며 믿음을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지적 동의 정도로만 이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원받는 믿음은 아브라함의 경우처럼 하나님의 약속의 은혜를 철저하게 마음에 받아들이고(인애), 그것에 따라 실천하려는 태도(공의)를 동반한다. 이런 믿음은 자기를 의식하지 않기에 겉으로 드러난 자신의 행동을 공로로 간주하지 않는다. ...

믿음이 공의와 인애의 열매와 연관된다는 신학은 소예언서의 핵심사상이다. ... 소예언서는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인애를 가진 사람은 삶으로 공의를 드러내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가 이웃을 소홀히 대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는데 인색한 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인애를 깊이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사랑은 있지만 행동으로 표현하는 일에 미숙하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

둘째, 우리가 소예언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공의와 인애의 삶, 곧 의로운 믿음의 삶을 살 수 있는가? 이 물음 앞에서 분명한 점은 공의와 인애로 특징지어지는 믿음의 삶은 구약 성경에서나 신약 성경에서나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도 믿음을 위해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라고 권면한다. ... 구약 성경은 이런 하나님의 은혜에 반응해서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권면한다. ... 하지만 인간은 죄성 때문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대로 공의와 인애의 삶을 살지 못한다. ... 이런 상황에서 소예언서는 끝 부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미가서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은 스가랴서에서 절정을 이룬다. 특별히 스가랴서는 메시아의 고난을 예고함으로써(슥 11:13; 12:10; 13:7),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 자신의 죄 때문임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공의와 인애를(슥 7:9-10) 실천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말라기서도 언약의 사자인 메시아를 통해 남은 자들이 종말에 하나님을 경외할 것을 내다본다.

따라서 소예언서는 진정한 믿음의 의로운 삶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가능하다는 진리를 새롭게 보여준다. ...

셋째, 소예언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성령의 사역에 대한 새로운 조명 때문이다, ... 한국 교회의 성령론은 은사주의와 기복주의, 그리고 치유사역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준다. ... 하지만 소예언서 가운데 요엘서와 호세아서, 그리고 이와 짝을 이루는 스가랴서와 말라기서는 성령의 사역의 주된 초점이 공의와 인애의 열매를 맺게 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

- 김창대, 『한 권으로 꿰뚫는 소예언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