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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66호 분단의 이유

기독법률가회 0 881

                       CLF 클립(CLeaF) 66

 

분단의 이유 

 

 ... 우리는 세계 유일무이한 적대적 분단국가에 삽니다. 개인의 경건을 완성시킨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구조적이고 체제적인 불의와 부조리를 응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근원적·구조적 불의는 분단입니다. ... 저는 우리 겨레의 곤경을 놓고 기도하면 할수록 우리 겨레의 고난이 단순한 고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단순히 분단 조국의 피해자가 아니라, 동북아 평화 시대를 열어 가는 향도국가(響導國家)가 되는 사명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적 팽창주의로는 안 됩니다.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압도적으로 공평과 정의가 넘치는 나라를 만들면 동북아 평화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습니다.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 대부분이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며 이렇게 말할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 그 나라에는 공평과 정의가 살아 있고, 인정과 정의가 하수처럼 흘러가네. 그 나라에서는 성평둥이 이뤄지고, 아동이 자유롭게 새처럼 뛰어 노네. 그 나라에는 주말이 있고, 모두 행복하네. 그 나라는 아이를 둘씩 셋씩 낳고도 스트레스가 없네. 저 나라는 근로할 의욕 있는 모든 사람이 소득이 있고 젊은 부부가 자녀 양육 문제를 걱정하지 않네. 와, 한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우리가 이런 나라를 만들고 나면 15억 인구의 중국, 2억 인구의 일본 같은 강대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일본사람이 이주해 살고 싶은 나라가 되고 중국 사람이 귀화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면, 우리나라는 이미 동북아 평화 향도국가요 제사장 나라가 된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그렇게 만들려고, 70년 이상 분단의 멍에를 지고 평화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꿈꾸도록, 공평과 정의를 몹시도 갈망하도록 만드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일본이나 중국이나 미국에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 태어나서 하나님과 이런 섭리적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너무나 큰 특권으로 받아들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서도, 자기 운명의 경계 안에서 내 행복만을 집요하게 기도해서도 안 됩니다. ... 사회구조적 불의를 고치자고 하면 개인 경건에 힘쓰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된 경건은 불의한 세속에 물들지 않는 소극적 경건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사회적 자애심으로 표현됩니다(약 1:27). 개인 경건만 힘쓰는 신앙은 수돗물에 녹물이 나오면 자기 집 수도관만 고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녹물이 안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진보적인 사람은 우리 아파트의 물탱크가 녹슬었다고 생각해서 물탱크 관을 교체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근원적이고 급진적인, 진짜 멋진 하나님 백성은 팔당 수원지에 가서 녹조현상이 생기는지 살피면서 근원을 따집니다. 이것이 진짜 사회 불의를 시정하는 뼛속 깊은 박애이고, 진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성도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서 기도해야만 여러분 개인이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팔당 수원지에 가서 물이 깨끗한지 검토하지 않고 우리 집 수도관만 고쳐 달라고, 녹물 안 마시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면, 그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충분히 일하시지 않는 것처럼 일부러 자신을 감춰서 악이 창궐하게 하십니다. 악이 창궐할 때 누가 내 마음을 대신하여 이를 교정하려 애쓰는지 보시고, 그에게 영을 부으시고 능력을 부어 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시험하십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참상을 보고 누가 하나님 대신 이 사회의 불의한 구조를 보고 항변하며 ‘하나님, 왜 이렇게 하십니까?’하고 소리 지르는지 봅니다. ...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 이 세상은 왜 이렇게 불의합니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씨름을 많이 할수록, 하나님은 그 문제에 대해 기도한 사람에게 맡겨 버리신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큰 기도 제목, 사회구조와 세계체제 전체를 염두에 두고 기도하십시오. 녹물이 나올 때 우리 집 수도관 교체만 놓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팔당 수원지를 놓고 기도하십시오. 사회문제를 놓고 기도하면 개인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즉각적으로는 응답이 안 되고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해결될 것을 믿고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신실한 남은 자들인 참된 성도가 우리나라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실하고 견고하고 충성스럽게, 몸과 마음을 다해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성도들이야말로 하나님이 들어 쓰실 종이고, 성 중에 죽어 가는 사람들의 참상을 보고 분연히 일어날 중보자라고 생각합니다. ... 

 

- 김회권, 『청년설교 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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