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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70호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곽지영, 최수헌 부부) 이야기 4

기독법률가회 0 777

                      CLF 클립(CLeaF) 70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4

 

* 새해 벽두 미국에 있는 시온이네 가족(최수헌 형제, 곽지영 자매 가정)이 전하는 네 번째 이야기를 연하장 삼아 클립이 새해 인사드립니다. ‘주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하시길 빕니다.’

 

최수헌 형제

 

1. 지극히 작은 자 어린이에게 베푸는 사랑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출산율을 염려하는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많은 이웃들이 3~4명 이상의 자녀들을 키우며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곳은 참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곳이구나깨닫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공항, 관공서, 식당 등 어디를 가든지 직원들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띠며 친철한 모습으로 사랑을 베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온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 헤어밴드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는 것부터, 병원이나 마트 계산대, 도서관에서는 항상 아이들을 위해 스티커나 작은 선물을 준비해놓았다가 선물해주면서 아이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는 모습을 자주 체험하였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주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여행 갔을 때의 일입니다. 많은 인파와 습한 날씨 때문에 잠시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기로 했습니다. 그때 한 직원이 복도에 있는 시온이를 보고 먼저 다가와 안녕 사랑스러운 아이야. 도넛을 선물해주고 싶은데 먹고 싶니?”라며 미키마우스 모양의 초코도넛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시온이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정말 기뻐하면서 도넛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숙소 1층에 위치한 마트에서 우유를 사고 계산하려는 찰나에,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하더니 매장에서 판매하는 쿠키를 가져와서 시온이게 선물해주며 행복한 밤 되렴.” 인사해 주었습니다. 스티커와 도넛, 쿠키가 금전적으로 작은 가치일 수 있지만, 시온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들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있고, 또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서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에 여행을 할 때, 항상 먼저 방문자센터에 가서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매번 시온이와 아이들이 여러 가지 질문을 소나기처럼 쏟아내도 레인저들은 정말 좋은 질문이구나!” 하며 하나하나 끝까지 친절하게 답변해줍니다. 질문을 하는 아이들도,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대답해 주는 레인저들도 저에게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시온이는 사실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은 아이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하죠.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평소 시온이가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할 때는 시온이가 크면 저절로 알게 될거야”, “엄마한테 물어보렴하고 둘러대며 대답하기를 귀찮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질문문화는 유년 시절뿐만 아니라 대학교, 로스쿨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수업을 듣고 있는 로스쿨에서 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하나하나 친절하게 답변해주시고, 수업을 마친 이후에도 연구실이나 Zoom 미팅을 통해 더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시며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저에겐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많이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3학기를 지나고 보니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다시 재차 질문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수님도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질문과 토론이 활발할 때 더 힘이 나서 더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영어가 부족하여 교수님이 질문하실 때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읽는 척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그 질문에 답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매 수업시간을 하루하루 넘기곤 합니다.

지난 여름 뉴욕에 있는 ‘9/11 Memorial & Museum’에 가족들과 방문했었습니다. 9.11 테러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끼쳤습니다. 그곳에 전시되어 있던 수많은 희생자들의 유품과 유가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을 막 나가려는 찰나에 갑자기 시온이가 아빠! 내 토끼인형이 없어졌어요!”하며 울먹이는 것이었습니다. 시온이의 애착인형이었기 때문에 시온이와 함께 갔었던 동선들을 다시 되짚으며 의자와 화장실 등을 샅샅이 찾아보았는데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시온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9/11 Memorial & Museum 직원 한 분이 먼저 다가와서 왜 아이가 울고 있는지 물으며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직원은 무전기에 대고 전 직원들에게 주먹 크기의 갈색 토끼 인형을 분실했습니다. 한 아이의 소중한 인형입니다. 주변을 잘 살펴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시를 내리고 인형찾기 미션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고작 손바닥만한 작은 토끼인형 하나를 찾기 위해 박물관 전체의 직원분들이 CCTV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박물관을 누비시는 모습은 저에게 사실 충격적이었습니다. 한참을 찾아도 인형을 찾을 수 없자 직원분은 기념품샵에서 직접 본인이 귀여운 강아지 인형을 사서 시온이에게 선물해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시온이의 마음에 같이 공감해주고 그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어하는 직원분의 마음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새로운 강아지 인형을 품에 안고서도 울먹이는 시온이와 함께 출구를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그 직원분이 급하게 다시 달려와서 방금 다른 직원이 시온이의 인형으로 보이는 토끼인형을 찾은 것 같다고 무전이 왔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잠시 후 시온이는 극적으로 토끼인형을 만날 수 있었고 정말 펄쩍펄쩍 뛰며 얼마나 기뻐하며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 순간 작은 토끼인형 하나를 찾아주기 위해 애써주신 모든 직원분들의 모습을 통해 한 아이를 향한 그 깊은 사랑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온이는 토끼인형과 새로운 강아지 인형을 들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온이는 자신의 토끼인형을 찾아주기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신 또한 앞으로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더 열심히 도와줄거라고 다짐하였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시온이와 함께 그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손편지와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그 직원분들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이 지극히 작은 자 아이들에게 하셨던 사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2. 어렵고 힘든 순간에 만난 천사들의 손길

 

지난 10월 미국 몬태나주의 글레이셔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워싱턴주 시애틀과 올림픽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550마일(880km)을 직접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 주변에는 마을과 식당도 잘 보이지 않았고, 휴게소도 거의 없어 허허벌판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출발해서 1시간 30분정도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바퀴에서 펑!! 소리가 나더니 곧 차량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이 35에서 30...15...10...5...3...1...0으로 한순간에 줄어들었습니다. 간신히 갓길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확인해보니 조수석 바퀴 바람이 완전히 빠져있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보험회사를 부르려고 하는데, 아내와 제 핸드폰 모두 전혀 통신 신호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는 상황에서 차량에 있는 응급 구조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전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직접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되었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주변에 차들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고, 해는 점점 지고 있어서 설사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무서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차에서 잠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건너편 차선으로 차 한 대가 오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서 창문을 열고 손짓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차는 지나쳐갔지만 잠시 후에 다시 유턴하여 우리에게 왔습니다. 차에서 내린 분들은 제 어머니 나이 정도 되는 여성 두 분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 휴대전화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싶어요!”라고 요청을 드리니, 그분들도 핸드폰 통신이 전혀 잡히지 않아서 연락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그때, 그분들이 무슨 일인지 물어보셨고 타이어 상태를 보시고는 예전에 한 번 다른 사람들과 같이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있었다고 하시면서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분들(Rhonda, Susan)도 타이어 교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Rhonda가 자동차 사용설명서를 옆에서 한줄 한줄 읽어주고 Susan이 직접 차량 트렁크 바닥면에 누워서 들어가서 스페어타이어를 나사를 돌려가며 내릴 수 있었습니다. 렌터카에 있는 장비가 좋지 않아서 타이어를 꺼내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바닥에 누워있는 Susan은 본인의 옷에 흙먼지가 다 묻어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계속해서 미소를 띠며 도와주셨습니다. 차량 지지대를 세우고 터진 타이어를 빼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어서 시간이 더 지체되면서 우리는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방긋 웃으며 우리도 너희 가정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참 기뻐. 아마도 하나님이 오늘 우리를 너희에게 보내주신 게 아닐까?”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순간 주님이 우리를 돕기 위해 보내신 천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마지막 스페어타이어를 끼려는 순간 차량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차량의 본네트와 스페어타이어 사이에 Susan의 손이 끼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힘을 합쳐서 차를 들려고 하였지만 7인승 SUV이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서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차를 살짝 들어서 Susan의 손을 뺄 수 있었습니다. Susan의 손은 깊이 패여 피가 흘러내렸고, 현기증을 느껴 차량에 몸을 기대고 잠시 누웠습니다.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고 미안함에 도대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도 분명 여행을 가는 중이었고, 그냥 우리의 도움 요청을 무시할 수 있었는데, 선한 마음으로 우리를 돕다 이렇게 큰 부상을 입기까지 하다니요. 차라리 내가 다쳤어야 했는데, Susan이 지금 피를 흘리고 있을까요. 순간 아무 죄도 없이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피흘리며 돌아가신 예수님이 오버랩되어 보였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RhondaSusan을 싣고 급하게 떠났고, 떠나면서도 둘은 오히려 우리 차 타이어 교체를 끝까지 돕지 못해 걱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SusanRhonda가 떠난 이후에,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보시고 Kacey라는 남성분이 또 오셔서 타이어 교체를 도와주셨고 따뜻한 도움 덕분에 3시간을 더 운전해서 스포캔 지역 숙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Susan은 병원에서 6바늘을 잘 꿰맸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하며, “그래도 뼈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리고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 가정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나는 좋은 친구가 생겨서 정말 기뻐요.”라며 따뜻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치료비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끝까지 괜찮다고 하시며 오히려 우리 가정을 자신의 집에 꼭 한번 초대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타이어가 펑크 나기 전 하루 전날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갔을 때 어떤 차량이 타이어가 펑크 나서 갓길에 있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마침 다른 차가 서서 도와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우리는 비도 오는데 참 힘들겠다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Susan, Rhonda, Kacey의 희생과 섬김을 보며, 저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동안 입술로는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내 삶을 통해 사랑을 흘려보내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이번 만남을 통해 저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행 이후 Susan, Rhonda, Kacey와 서로 연락도 자주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 본받고 싶은 좋은 성품을 지닌 분들을 만나고 같이 교제를 이어갈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저희 가정은 이번 여행을 하며 1만 달란트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누군가 어려움을 겪을 때 힘을 같이 하고 도와주며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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