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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76호 사랑의 만남

기독법률가회 0 567

                          CLF 클립(CLeaF) 76   

사랑의 만남

 

김승혜 자매(여성위원장, 법무법인 에셀)

 

 

몇 년 전, 저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였고,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마치고 바로 사무실로 출근하였습니다. 저는 당시 혼자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상태였기에 출산휴가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산 후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법원 판사 ○○○입니다. 아니 판사님이 직접 변호사에게 전화를 주시다니!! 경건한 마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판사님께서는 저에게 직접 전화한 취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저희 재판부에 ☆☆☆이라는 아동(이하 사랑이라고 하겠습니다. 성령의 9가지 열매 중 처음인 사랑을 본떴습니다.)이 있는데요, 변호사님께서 그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이 되어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리고자 전화하였습니다. 사랑이 어머니는 사랑이 어렸을 때 사랑이와 단절되었고, 아버지는 친권상실이 된 상태고, 현재 아이는 가출상태로 소재불명입니다. 변호사님께서 사랑이의 좋은 어른이 되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는 재산이 없어서 후견 보수는 무보수일 수 있어요.“라는 취지였습니다.

저는 판사님의 전화를 받고, ‘무언가에 홀린 듯’ “저에게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이와 잘 지내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해버렸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란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 보면, ‘성령에 이끌리어가 정확한 표현일 것 같긴 한데요.. 저는 그 당시 막 얼굴에 빛이 나고 부르심으로 마음이 뜨겁고 그랬다기보다.. 그저 제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불가항력에 이끌리어정도였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고생길이 무언지 미처 돌다리를 두드려보지도 못하고요.... 역시 우리 주님은 사람 낚는어부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사랑이의 미성년후견인이 되었고, 우리 사랑이는 역시나 미성년후견이 개시되는 심문기일조차 소재불명 상태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으로부터 사랑이에 대한 기록을 받아 보니, 사랑이는 당장의 거주지도 없었습니다. 보호시설에도, 친인척 등 지인의 거주지 등 어디에도 거주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사랑이와 연락이 닿아 처음 대면하는 날, 저와 사랑이는 사랑이를 받아줄 수 있다고 하는 보호시설을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시설이 너무 훌륭한데, 사랑이는 통금시간이 있는 게 답답해서 여기서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통금시간이 이르다도 아니고, “통금시간의 존재자체만으로 아이가 거부감을 가지다니.. 사랑이와 함께하는 날이 시작되면서, 저는 이렇게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인 저의 일상, 저의 관념들이 누군가에겐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가까이서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거주지에 대하여, 사랑이는 통금시간이 없는 곳에서 거주하고 싶다고 하여 제가 제안한 보호시설들을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차라리 길거리에서 자는 게 편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복에 대하여, 사랑이는 사계절의 구분이 없이 쇼핑백 하나 정도의 옷으로 사계절을 지내는 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만났을 때 사랑이가 쓰고 온 털모자를 보고 차마 안 더워?”라고 물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이는 저를 만난다고 나름 멋을 내고 온 것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당장 매일매일 사랑이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이 제 임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디서 잤는지, 내일은 어디서 잘 것인지... 아이가 길거리에서 자니 다음 날 사랑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사랑이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공포심이 들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이었습니다. 그 만쯤 되니, 제 법률사무소 직원은 하도 경찰이 사무실에 자주 와서, 경찰이 사무실에 출동해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저를 불러주었고, 저는 아주 익숙하게 자녀 실종신고 매뉴얼에 따라 사랑이 실종신고절차를 반복하여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경찰 실종신고를 반복해도 우리 사랑이는 계속 가출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반복되니 인간 삶의 기초적인 요건인 안전한 거주지조차 거부하고 가출해서 잠적해버리는 사랑이에 대해 지쳐갔습니다. 너무 지쳐서 기도도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랑이 부모님1) 되시죠? △△경찰서입니다. 사랑이가 피해자 진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석이 가능할까요?” 형사 피해자라니.... 저는 △△경찰서로 향하면서 주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저 사랑이 그동안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이가 당한 이번 형사피해까지만 잘 진행하고 후견인 사임할게요. 사랑이를 감당하기에 제가 너무 부족해요. 합당한 좋은 후견인을 사랑이에게 보내주세요.”라고요..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경찰서에 수 회 입회를 다녀보았지만, 경찰서 로비가 그렇게도 북적이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많은 경찰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로 출동하는 곳을 체크해가며 바쁘게 뛰어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출동하기 바쁜 경찰들 사이에서 저는 혼이 나가서 정지된 듯 멈춰있었고, 반대편에서는 사랑이가 그 어떤 때보다 환한 얼굴을 하고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같이 제가 그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화면을 보는 듯이 정신이 놓아졌습니다.

하필이면 그때 주님께서 저에게 무언가에 홀린 듯’ “내가 너에게 부탁한 내 자녀다.”라는 마음을 영접하게 하셨습니다. 이때의 무언가에 홀린 듯이란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 보면, 이때 역시 성령에 이끌리어가 정확한 표현일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당시 역시 부르심으로 인해 마음이 막 뜨겁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이 그쪽으로 흘러버렸어요. ‘제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불가항력으로 주님께서 제 마음에 사랑이를 영접하게 하셨습니다. 그건 저의 의지적인 결단이 아니라, 마치 무릎반사처럼 주님의 전적인 부르심에 자동적으로 반응이 일어난 현상이랄까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때의 형사 사실관계는 이러했습니다. 사랑이는 성매매에 이용당했고 하루 정해진 돈을 채우지 못하면 온몸이 멍이 들도록 맞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사랑이에게 지쳐 있을 그때, 저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잠적했던 그때, 사랑이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법원에 사랑이의 이 사건 형사피해자변호사로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고, 사랑이의 보호자이자 형사피해자변호사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형사공판기일에 참여하면서, 공동피고인들 증인신문 시 알게 된 범죄사실 중 대부분은 사랑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중 잊을 수 없는 범죄사실은, 피고인들이 성매매가 생각보다 목돈이 되지 않으니 장기매매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증인신문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왔는데... 한없이 눈물이 나는데 이 눈물의 원인이 무엇인 건지...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랑이가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법원을 벗어나 사랑이에게 전화했습니다. 사랑이가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랑이에게 사랑아, 밥 먹었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어제 보내준 용돈 어제 또 다 써 버린 건 아니지?” 등 일상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사랑이에게 오늘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 나는 사랑이가 전화 받아주면 행복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속으로 오늘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라고 사랑이와 주님께 고백하였습니다.

그 후로도 우리 사랑이는 저의 타는 속도 모르고 수없이 가출을 반복했고, 저는 아이를 찾아내는 여러 가지 스킬을 터특해 갔습니다. 저희 회사 변호사님들은 제가 사랑이와 통화하면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소리로 인해 여러 번 깜짝 놀라시기도 하고(이제는 하도 그래서 안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중보기도로 저와 함께 사랑이를 양육해가 주시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이가 전화를 받지 않을 때면, “얘가 자살했으면 어떡하지?”, “얘가 죽었으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심이 듭니다. 이러한 공포가 그저 추상적이거나 과도한 걱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구체적인 공포인 것이 더 저를 공포스럽게 합니다. 사랑이가 전화를 받아서 여보세요하면, 저는 안도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사랑이를 오늘도 살아있게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그건 제 마음속에 사랑이 많아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저를 사용하셔서 사랑이를 위한 기도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후의 사랑이와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을 다 하기엔 밤을 새도 모자라요. ㅎㅎ

사랑이를 만난 후 저의 삶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 후로 주님은 제게 사랑이와 같이 참 아버지 되신 주님 외에는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과 연결해주셨습니다. 모르는 중에 천사를 대접한다고 했는데... 저는 상당히 미련한 사람이라 주님께서 저는 부지중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예수님을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참 부모 되신 주님의 사랑을 매일 밀접하게 경험해가기를, 그리고 저와 CLF가 하나님의 손에 익숙한 사람들이 되어 계속하여 주님을 영접할 기회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법원에 미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 등을 하였을 때, 청구인인 저를 소개하면서, 우리 CLF(기독법률가회)를 언급한 문구를 말씀드립니다. “청구인은 기독법률가회 회원이며, 기독법률가회 산하 여성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독법률가회 여성위원회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법률가로서 가정이 없는 고아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보호자가 되고자 합니다.”

한 번 미성년후견인이 되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길면 십몇 년간 후견인이 되어야 하는데,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저와 우리 기독법률가회를 소개하는 이유는요, 제가 십수 년간 보아온 기독법률가회 선배·동료·후배들의 존경스러운 믿음의 삶을 보아왔기에, 제가 아무리 어긋나고 싶어도 서로 기도하며 믿음으로 견인해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기독법률가회에서 세상에서 주목하는 사람들이 아닌, ‘하나님이 주목하는 사람들, , 고아와 과부, 이방인과 장애인 등 주님께서 우릴 통해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일어서기가 어려운 이웃들을 주목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쳐 살아가는 선배·동료·후배들을 곁에서 생생히 보며 법률가의 소망을 키워왔습니다. 저에게는 이분들이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위대한 동역자들입니다. 그분들의 삶을 보면서 자라왔기에, 저도 사랑이가 제게 찾아왔을 때 함께 할 용기가 난 것 같습니다.

사랑이는 지금 사랑이를 위해 함께 간곡히 기도해준 CLF 중보기도팀과 우리 사무실의 존경하는 변호사님들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사랑이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기도를 통해 한 영혼의 삶을 빛 가운데로 이끌어주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우리 기독법률가회가 하나님께서 주목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길, 그리고 주님께서 저에게도 분깃을 감당해갈 기회를 주시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칩니다. CLF 동지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1)미성년후견인은 법상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고, 통상 사회에서는 미성년후견인제도를 잘 모르다 보니 편하게 부모님이라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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