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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88호 [해외 판결 소개①] 기독교인 제빵사의 동성 결혼식 웨딩 케이크 판매(제조) 거부에 관한 미연방대법원…

CLF 클립(CLeaF) 88 


  

기독교인 제빵사의 동성 결혼식 웨딩 케이크 판매(제조) 거부에 관한 미연방대법원 판결

 

*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음미할 만한 판결이라 생각하여 여기에 싣습니다. 외대 법학연구소 종교와 법 센터 블로그에 썼던 글을, 추후 사정을 간략히 추가하고 몇몇 표기를 수정한 것 외에는 거의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미연방대법원은 2018. 6. 4. 콜로라도주에서 빵집을 소유, 운영하는 기독교인 제빵사가 동성 커플에게 종교적 이유로 결혼식 피로연을 위한 케이크 판매(제조)를 거절한 사건[Masterpiece Cakeshop, Ltd. v. Colorado Civil Rights Comm’n, 584 U. S. (2018)(No. 15-1191)(2018. 6. 4. 결정)]에서, 케이크 판매 거절 행위가 콜로라도주 반()차별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한 콜로라도 시민권위원회의 명령은 헌법의 종교활동의 자유 조항을 위반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기존의 동성혼 합법화 판결{동성혼을 불인정한 미연방법(연방 결혼방어법)의 위헌성을 확인한 U.S. v. Windsor, 570 U.S. (2013), 133 S. Ct. 2657(2013. 6. 26. 결정) 판결과, 이에서 더 나아가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한 James Obergefell, et al. v. Richard Hodges, Director, Ohio Department of Health, et al., 576 U. S. (2015),(Nos. 14556, 14-562, 14-571 and 14574)(2015. 6. 26. 결정) 판결}과는 별개로, 종교적 또는 도덕적, 철학적 이유를 근거로 동성혼을 반대하는 행위가 헌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건 개요(사건 개요와 판결 요지는 첨부한 판결 내용 파일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콜로라도주 소재 빵집 '마스터피스 케이크샵'(Masterpiece Cakeshop, Ltd.)(상고인)을 소유, 운영하는 기독교인 제빵사 잭 필립스는 2012년 빵집을 방문한 동성 커플에게 동성혼을 종교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결혼식 피로연을 위한 케이크를 제조할 수 없다며 케이크 판매를 거절하였다. 당시 콜로라도주는 동성혼을 합법화하지 않았고,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법화 판결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 그 동성 커플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판매업이나 서비스업 사업장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콜로라도주 반차별법(the Colorado Anti-Discrimination Act)에 따라 콜로라도 시민권위원회(the Colorado Civil Rights Commission, 이하 위원회’)에 위 빵집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 위원회는 시민권 부서로부터 빵집의 행위가 콜로라도 주법을 위반했다는 근거를 넘겨받은 후 정식 심리를 위해 주 행정법관에게 사건을 전달하였고, 행정법관은 동성혼을 위한 케이크를 만드는 것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사용하여야 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필립스의 주장을 배척하고 케이크 판매 거절 행위가 주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하였다.

 

- 콜로라도주 항소법원은 원심을 확정하였고,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상고 허가를 하지 않았다.

 

판결 요지

 

(1) 법정의견(케네디 대법관 외 6)

 

- 이 사건은 결혼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하면서 차별에 직면하는 동성애자들의 권리와 존엄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와 정부기관의 권한과, 수정헌법 제1(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의 기본적 자유(이 사건에서는 상고인의 종교활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행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의 권리(또는 경제활동 주체들이 중립적이고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공공시설법(public accommodations law)상 보호받는 계층의 사람들에게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동일한 접근권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규칙과 동성혼에 대해 종교적, 철학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표현할 자유)라는 두 가지 원칙의 조화 문제이다.

 

- 제빵사의 케이크 판매(제조) 거부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지는, 제빵사가 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범위와 관련한 사실관계(예를 들어, 제빵사가 케이크가 올바르게 커팅 되는지를 확인하려면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데, 결혼식 참석을 거부한 것인지, 결혼식 피로연 케이크 위에 특정 종교 문구나 종교적인 그림을 새기는 것을 거절한 것인지, 어떠한 케이크라도 케이크 판매 자체를 거절한 것인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것이다.

 

- 이 사건에서 필립스의 주장은, 웨딩 케이크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하여 이 결혼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권리 행사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는 어긋나는 메시지를 표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제빵사가 동성혼을 위한 모든 상품이나 케이크 판매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좁은 내용이다.

 

- 이 사건에서 위원회의 명령은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주정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헌법의 종교활동의 자유 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 위원회가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적대감을 보여 종교적 중립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다음 두 가지이다. 위원회 심리 과정에서 몇몇 위원들이 필립스의 종교활동의 자유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하지 않은 부적절하고 경멸적인 발언과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고 위원들 중 그 누구도 이 발언에 반대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이 사건과, 세 건의 다른 제빵사들 사건을 상이한 기준으로 처리하였다. 다른 세 건에서는 동성 결혼에 반감을 표하는 종교적 문구를 넣어서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거부한 제빵사들의 행위를 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 그러므로 콜로라도주 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

 

(여기에는 () 법정의견의 판결 근거 중 하나인, 이 사건과 다른 세 건의 제빵사 사건을 상이하게 고려하였다는 점에 대해 개별적으로 상술한 케이건 대법관 외 1인의 일부 별개의견, () 위원회의 심리가 중립적이었다고 판단한 반대의견에 의문을 표하는 고서치 대법관 외 1인의 일부 별개의견, () 필립스의 행위(디자인과 제빵)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 표현에 해당한다는 토머스 대법관 외 1인의 일부 별개의견이 있다.)

 

(2) 반대의견(긴즈버그 대법관 외 1)

 

- 케이크를 구매하고자 했던 커플이 패소한다는 법정의견의 결론에 반대한다.

 

- 법정의견이 위원회의 종교적 중립 의무 위반의 근거로 든 점 중, 위원 한두 명의 발언이나 각 사건의 다른 결과는 연방대법원이 그동안 종교활동의 자유 위반 사건에서 지적한 종교적 적대감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

 

- 법정의견이 제시한 사건들은 비슷하다고 하기 어렵다. 동성혼에 반대하는 케이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사건은 종교에 상관없이 그게 누구더라도 그 요청을 거절했을 것이지만, 필립스가 동성 커플의 케이크 판매 요청을 거부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라면 그냥 판매하였을 케이크를, 판매 요청한 사람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한 것이다. 즉 법정의견이 인정한 대로 케이크를 특정 문구나 이미지로 장식하는 것과 그 어떤 케이크라도 판매를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 콜로라도주 항소법원은 이 사건과, 다른 사건들을 동성혼 반대 메시지는 모욕적이고 동성 커플이 요청한 케이크에 담길 메시지는 모욕적이 아니라고 보아 구별한 것이 아니라 동성 커플은 보호받는 계층임에도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거절당했기 때문에 구별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고서치 대법관 등의 일부 별개의견의 재반론이 있다. 이 사건과, 다른 세 건의 제빵사 사건은 모두 제빵사가, 법률적으로 보호되는 특질(종교적 신념 혹은 성적 지향)을 가진 고객에게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였다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핵심적인 특징을 공유하고 있고, 동성혼을 비하하는 케이크 판매 요청을 받았던 제빵사는 무신론자 고객으로부터 이 요청을 받았더라도 거절했을 것이고 동성혼을 축하하는 케이크 판매 요청을 받았던 제빵사는 이성애자 고객으로부터 이 요청을 받았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므로 두 사건에서 제빵사에게 문제가 된 것은 고객의 종류가 아니라 케이크의 종류였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위원회는 이 사건에서는 필립스가 서비스 제공을 거절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결과를 볼 때 그에게 차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추정하였지만 동성혼 비하 케이크 거절 사건에서는 거절의 결과는 동일하게 예측 가능하였음에도 차별의 의도는 추정하지 않음으로써, 법률적인 규칙을 중립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 위 판결은 상고인의 행위를 주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위원회의 명령을 파기함으로써 결국 상고인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이 판결이 종교적 또는 도덕적, 철학적 이유로 동성혼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는 행위가 미국 헌법상 일반적으로 보호됨을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정의견이 제빵사의 케이크 판매(제조) 거부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지는, 제빵사가 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범위에 관한 사실관계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종교적 이유 등으로 동성혼에 대해 반대하는 행위가 어떠한 요건에서 헌법상 보호되는지를 직접 판단했다기보다는 이 사건의 특수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위원회의 종교적 중립 의무 위반을 근거로 하여 우회적으로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입니다.

 

법정의견도 '이번 사건과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의 사건들은 진실한 종교적 반대가 지나치게 무시되지 않고, 개방된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받으려는 동성애자들이 모욕을 겪지 않게 관용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의 법원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동성혼 반대 표명 행위의 헌법적 보호 여부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그때그때의 법원 판결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동성혼 합법화 판결과는 별개로, 종교적 이유 등을 근거로 한 동성혼 반대 표명 행위가 헌법적으로 보호될 여지가 있음을 간접적이나마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위원회의 종교적 중립 의무 위반에 관하여 위원회가 이 사건과, 동성혼에 반감을 표하는 종교적 문구를 넣어서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거부한 세 건의 다른 제빵사들 사건을 달리 처리한 것을 놓고,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을 달리 처리한 것인지, 본질적으로 다른 사건을 달리 처리한 것인지에 관하여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법정의견과 별개의견의 설시, 반대의견의 반론, 별개의견의 재반론이 맞물려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은 우회한 채 다소 지엽적인 부분에서 논쟁을 벌인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논증이 전개되고 있어 앞으로 동성혼에 대한 반대 표명 행위의 헌법적 보호에 관한 구체적 요건 정립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합니다.

 

판결의 상세한 내용과 판결 원문은 첨부한 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위 파일은 헌법재판연구원의 최신 세계헌법판례 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 오리건주에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에서도 2019. 6. 17. 미연방대법원이 위 콜로라도주 사건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연합뉴스 기사 등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오리건주의 제과점 멜리사 스윗케이크소유주 클라인 부부는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레즈비언 커플의 웨딩케이크 주문을 거부했다가 오리건주 당국이 135천 달러(16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제과점 폐점을 명하자 소를 제기했습니다.

 

오리건주 항소법원은 동성 커플을 차별한 제과점주에게 벌금 등을 부과한 주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으나, 미연방대법원은 이번에도 위 콜로라도주 사건과 같이 소송의 본질에 해당하는 종교적 사유가 반차별법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판단을 유보한 채, 항소법원이 사건을 재고해야 한다고만 판시하며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콜로라도주 웨딩케이크 사건에 이어, 보수 우위 지형으로 재편된 미연방대법원이 다시 한번 종교적 자유에 우위를 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고, 종교적 자유와 차별의 본질에 관한 판시가 나오지 않으면서 제과점주와 동성 커플 양측이 서로 승리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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